안성기 (청원군 통합시실무준비단장)

1995년 충주시와 중원군 등 40개의 도·농 형태의 도시들이 통합시가 됐다.
이어 2010년 마산, 창원, 진주의 통합 사례가 있었지만 청원·청주 통합은 관 주도의 통합이 아닌 통합과정에서 민간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통합이 추진·성사됐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1994년과 2005년, 2009년 세 번의 통합실패를 딛고 네 번째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11년 청원·청주통합군민협의회, 2012년 청원·청주통합시민협의회가 구성됐다.
그동안 양 시·군민협의회는 수차례 협의과정을 거쳐 5개 분야 39개 사항 75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해 양 시군에 전달했고 이를 채택했다.
이처럼 단체장이 민간단체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해 양 자치단체와 주민 간 상호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통합을 결정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통합 청주시 출범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통합 창원시의 경우 2010년 7월 출범 후 3년이 지났지만 청사위치 선정 등으로 현재까지 갈등을 겪으면서 지역화합과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완주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결국 1997년 이후 세 번째 통합시도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이처럼 통합 대상 자치단체 간 기본원칙에 합의했지만 상호 신뢰부족 등으로 통합 직전에 실패를 경험한 사례와는 달리 청원·청주는 민관이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성공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2012년 6월 청원·청주 통합이 결정된 이후 통합시 출범을 50여일 앞둔 현재까지 통합시 명칭 선정, 통합시 설치법 제정, 4개구 획정과 명칭 선정 등 어려운 통합과제를 갈등 없이 마무리했다.
큰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과 군민들의 상호 양보와 협조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앞으로 통합청주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다.
그동안 통합에 찬성과 반대했던 단체들, 그리고 주민들 간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통합과정에서 나타났던 갈등 뿐 아니라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으로 결정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당면한 문제는 상생발전방안 합의사항 실천 대안 마련이다.
현재까지 통합시 시·구청사 위치선정, 농수산물도매시장과 터미널 위치결정 등 24개 사업은 갈등 없이 마무리 됐지만 민간단체 자율통합, 혐오시설 입지결정 등은 갈등소지가 많다.
통합시 출범 후에는 나머지 상생발전방안이 100% 이행될 수 있도록 상생발전이행조례 제정, 상생발전위원회 구성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제도를 원칙대로 실천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청주 통합 기본합의 정신인 상생발전방안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된다면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청원·청주 통합과정에서 보여줬던 청주지역 민간단체, 주민, 공무원들의 건전한 시민의식이 통합 이후에도 상생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에너지로 승화된다면 청원군민의 우려와 염려는 기우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통합시 비전과 발전전략을 구축해서 통합시 미래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종시와 대전 등과 연계한 연담도시(連膽都市)가 형성됨에 따라 도시발전 전략 수립, 권역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 등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청원과 청주의 외형적 통합보다는 농촌과 도시라는 특성에 따른 이질적 요소들의 균형과 주민·단체들 간 협력적 사고와 가치를 공유해 나갈 수 있도록 내적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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