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

대나무 울타리에
제비콩 넝쿨이
하늘 높이 발돋움을 했다
질기고 가는 줄기에는
비린내 나는 꼬투리가 매달렸다
두꺼비나
도둑고양이에게 밟히지 않으려고
벌써부터 마음이 잔뜩 급했다
자식들을 다른 집보다
높은 곳에 두고 싶었다
싸리나무 가지를 꺾어서
사다리를 놓아 주었다
제비콩은 허공 중에 집을 만들어
세 형제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다
애기 콩들도 제 어미 마음을 잘 알아서
잔병 없이 든든하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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