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되고 싶었다. 아니, 악어 그 자체인지도 몰랐다. 두텁고 견고한 껍질로 마음을 감싸고, 때로 타인에게 날선 이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후벼 파는 듯한 마음의 통증은 점점 더해졌다. 자신이 자신에게 거듭 해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상처는 어느새 몸뚱이 전체를 삼켜버릴 듯 커졌고, 그러다 시를 만났다.
20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자인 이상은(44·사진). 그는 서울 홍대 앞 카페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퍼포머다. 무대 위에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로 인해 촉발된 즉흥 언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 ‘악어라는 닉네임으로 더 익숙한 그에게 시 쓰기와 퍼포먼스는 일종의 치유 행위이기도 하다.
스물셋에 발병한 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살기 위한 본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때로는 배설, 때로는 갈구. 때로는 소통을 원하는 글쓰기 덕분에 자존감을 회복했고 혼자만 아프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씨는 시 쓰기는 내가 사랑하는 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었다소외에 대한 공포와 육체의 파괴에 대한 공포가 있었는데 많이 극복했다고 밝혔다.
특별히 시를 쓰고자 한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에세이를 썼다. 긴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짧아졌고 그것은 곧 시가 됐다. 특별히 시 공부를 한 적도 없다. 이기적이어서 남의 글을 읽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씨. 그러나 요즘 조금씩 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서점에 나가 새로 나온 시집도 들춰보고, 좋은 시로 이름난 시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자유롭게 시가 뭔지도 모르고 썼는데 앞으로는 시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작 겨울, 미술관은 미술 전시를 보고 나서 쓴 시. 수많은 작가들의 그림 중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 속에 자신을 투영했다. 당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던 외로웠던 마음이 작품에 반영된 것. 그는 이 시를 통해 누구나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수상 소감은.
다소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유롭고 즐겁게 놀듯이 썼는데 앞으로는 미지의 독자를 상상하며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사뭇 비장해집니다. 심사위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시, 과정의 시를 당선작으로 뽑아주셔서 고마운 마음 가득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즐겁게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 특별히 의식하는 것이 있는지.
없습니다. 단어 하나, 제목 하나 떠오르면 그냥 씁니다. 즉흥성이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쓴 작품 중에는 저의 아픔, 저의 경험을 형상화한 작품이 많습니다. 일종의 자가 치료를 하고 있는 셈이죠. 다만 소망이 있다면 사람들이 제 작품을 재밌게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퍼포머로 활동 중인데 주로 어느 곳에서 공연 활동을 하는지.
지금까지는 서울 홍대 앞의 복합문화공간과 피아노가 있는 카페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했던 곳은 지금은 사라진 행복확대재생산의 퀘스천 데이였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매주 수요일 모여서 공연을 했었습니다. 부암동에 있는 라이브&갤러리 카페 로사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평소 정지용 선생과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아름다운 언어를 정감 있게 표현하신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상이 더욱 영광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집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또 퍼포먼스 세 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쓴 시들인데 몸이 약 부작용으로 비대했기 때문에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살이 많이 빠져 공연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중 하얀 나비라는 극시가 있는데, 자기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가는 이야기입니다. ‘길 위의 집은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정신적 잉여 상태를 묘사한 시입니다.”
<조아라>
 
<약력>
1971년 서울 출생
1994년 성균관대 유학대학 유학과 졸업
1995년 성균관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중퇴
현재 퍼포머 악어로 공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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