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 되는 방법은 공식적으로 2가지이다. 한 가지는 채용시험을 통해서 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선거를 통해서 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공개경쟁채용이든 특별채용이든 시험이나 면접을 통해서 공직에 진출하게 된다. 이들이 직업공무원군을 형성하여 우리나라 행정의 주축을 이룬다. 이에 반해 소수의 공직자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통해서 공직에 입문하게 된다.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 의원 그리고 교육감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선출직공직자들이 채용시험을 통해서 공직에 들어온 이들보다 높은 직책을 차지하다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실력이나 능력(채용시험)보다 바람이나 조직(선거)이 더 끗발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선출직공직자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최고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마도 국민들의 대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고 이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는 민심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선출직공직자는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데 직업공무원들은 자신의 눈앞(?)을 더 살핀다.

 사실 예전의 경우는 물론 현재까지도 공직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이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사용하면서 겉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자기들과 연고관계에 있는 지역과 인사들에게 사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공무원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눈먼 예산을 횡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에는 지방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빈번하였다. 그러다보니 특혜시비도 많았고 실제 그것을 통해서 이득을 톡톡히 취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공직자의 예산을 등록 및 공개하고 주식백지신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을 규정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사태에서 나타났듯이 공직자들의 부패사슬구조는 의외로 광범위하면서도 치밀하고 강하게 짜여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사건에서 드러난 해수부마피아를 비롯해 원자력발전소비리 뒤에 숨겨져 있던 원전마피아, 저축은행사태에서 나타난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모피아(기획재정부), 철도마피아 등 정부부처 구석구석이 다 먹이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퇴직공직자들은 죽을 때까지 공무원연금을 받는데 그것도 모자라 업체에 취직해서 이제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공직에 남아있는 후배들에게 청탁과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퇴직공직자들이 받고있는 연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는 형편 아닌가. 이런 사실 때문에 오늘날 퇴직공무원들은 조국근대화 혹은 산업화의 역군이라는 칭호대신 국가발전의 장애물로 치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비롯해 공무원과 국민들의 인식 및 행태의 개선 등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대통령도 국가개조를 언급한 것 같다. 대국민담화도 발표할 예정인데 과연 그 내용이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하지만 필자는 공무원들이 퇴직을 하면 마음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전에 누렸던 특권과 혜택에서 벗어나 필부로서 사회와 함께 하며 자기가 살고있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실천하여한다. 또한 어떻게 명예롭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를 권한다. 그동안 현직에서 누렸던 호사는 다 거짓인 것을 깨닫고 죽을 때는 홀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는 진리를 하루빨리 깨우쳤으면 한다. 이것이 공직자의 생존법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