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여성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곳, 그리고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곳이 바로 여자 화장실이다. 그곳에서 여성들은 긴 줄을 서야 하고, 엉덩이가 빠질까 공포심에 떠는 아이를 달래 성인변기에 앉혀야 하고, 10kg이 훌쩍 넘는 아이를 한 손으로 들어 손을 닦아줘야 한다. 늘 그랬듯 당연하게 말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의 척도를 잴 수 있는 여자 화장실을 조명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취재에 들어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변기수를 알아보기 위해 ‘금녀의 공간’인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야 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취재를 위해 남자기자들과 주위 사람들의 협조를 구했고, 인적이 드믄 경우에는 아줌마의 깡으로 직접 남자 화장실에 잠입해가며 두 곳을 비교해봤다.
결과는 놀라울 것도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느껴왔던 어려움들이 취재 결과 고스란히 드러났다. 많은 여자 화장실의 변기 수는 남자 화장실과 동일하거나 적었고, 유아변기,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세면대를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다.
세면대는 대부분 아이 혼자 사용하기 불가능했다. 엄마들의 팔뚝이 굵어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아변기도 찾기 힘들었고 그나마 유아 변기 커버라도 갖추고 있으면 다행이었다.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화장실 밖에 있는 의자 위에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눕혀 놓고 기저귀를 가는 엄마들의 모습도 여럿 보았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와 함께 찾는 마트도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여성 화장실과 남성·장애인 화장실로 분류한 충북도청 화장실은 장애인을 제3의 성으로 보는 듯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것은 가장 최근에 리모델링한 청주 시민회관이 합격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였다. 여자 화장실의 변기수는 남자 화장실의 그것과 동일했고, 유아변기, 기저귀 교환대가 갖춰져 있었다. 세면대의 높이도 낮아 아이들이 사용하기 용이했다. 남자 화장실에도 유아변기와 기저귀 교환대를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유아변기와 기저귀 교환대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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