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장원 구경자씨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문과 출신이라는 것조차 밝히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래도 문학은 항상 그에게 영원한 갈구의 대상이었다.
‘2014·충북여성백일장’ 수필 부문 장원 수상자인 구경자(52·사진·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 그는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평생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얼떨떨하다. 수상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정말 기쁘지만 어깨가 무거워졌고, 내 글에 대한 책임감도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상작 ‘생명’은 일본 여행 중 원숭이 쇼 관람을 하고 나서 느낀 감상을 적은 글. 인간에게 학대받고 있는 동물에 대한 연민과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함께 여행을 갔던 언니가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동물 학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인간의 잔혹성도 느끼게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동물을 대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어요.”
그는 2년 전부터 청주 분평동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1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수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글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은 늘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작가가 된다거나 등단을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기 위해 펜을 잡았다. 글을 쓰다보면 늘 선한 마음가짐을 가질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글 쓰는 게 마냥 재밌었다. 한, 두 살 난 어린애가 크레파스만 들었다 하면 벽이고 바닥이고 가리지 않고 그려대듯 신나게 글을 써댔다. 3년째 강의를 듣고 있는 것도 그저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고, 글쓰기에 대한 갈등이 들었다.
구씨는 “실력이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 했다. 내가 발전 가능성은 있는 건지, 내 실력이 지금 어느 정도인지 점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이렇게 수상하고 보니 글쓰기에 탄력이 받는 듯한 느낌이다.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밝게 웃었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자 노력한다는 구씨. 지난 2월부터는 청주시립서부도서관에서 기간제 근로도 시작했다. 수만 권의 책과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도서관은 가장 행복한 공간이다. 박완서 수필가의 책을 특히 좋아한다.
“문학적 소질이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자신의 감정에 정말 솔직하고. 책을 한 번 손에 들으면 도저히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작품 속에 독자가 온전히 빨려 들어가도록 글을 쓰시지요. 아마 제가 알고 있는 작품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아요.”
그의 꿈은 수필집을 한 권 내는 것. 또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지금은 그저 첫 단추를 꿰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것이 정말 많지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가족으로는 박준우(52·사업)씨와의 사이에 1남을 두고 있다.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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