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에 칼을 빼들었다. 대검찰청은 2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비리, 공직자 및 공공부문 업무수행자의 민관 유착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 분야의 비리는 최우선 수사 대상이다. 이를 위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하고 지휘는 대검 반부패부가 맡아 통일적 수사 체계를 구축한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도 큰 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를 이번에야말로 뿌리 뽑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뻔히 아는 잘못을 도려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래를 논의하겠는가. 관피아의 문제는 세월호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의 사례에서도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양수산부 출신일 정도다. 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눌러앉아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선박 안전 감독과 견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 척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안전감독·인허가 규제·조달업무 등과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3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런 제도적 틀이 제대로 갖춰지면 관피아 척결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제도가 비리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만큼 검찰은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비리에 관한 한 시한을 두지 말고 척결에 나서야 한다. 꼭 관피아가 아니라도 인허가 비리 등 고질적인 병폐를 엄벌해 공직자가 아예 부정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그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수사에서 유착 비리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지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면 더 좋을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본격 심의키로 했다고 한다. 공직자 비리 등 부패를 방지하려는 이 제정안은 지난해 8월 국회 제출 이후 10개월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야 여야가 법안 처리를 본격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애초 원안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지만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직무 관련성 없이 돈을 받은 경우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수정돼 후퇴 논란이 있었다. 늦었지만 여야가 지금이라도 법안 처리에 뜻을 모은 만큼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만 생각하고 법안을 처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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