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2번째 총리 닮음꼴…대통령과의 신뢰구축이 관건

'책임총리 안대희', 이회창·이해찬 모델중 어느쪽?
정권의 2번째 총리 닮음꼴대통령과의 신뢰구축이 관건
독자색은 `이회창 전철' 우려김기춘과의 관계도 변수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지명을 계기로 '책임총리론'이 부상하면서 과연 안 후보자가 취임하면 역대 총리 가운데 책임총리의 개념에 가장 근접했던 이회창·이해찬 모델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역대 총리중 총리로서의 등판시기, 경력, 부여된 책무,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회창·이해찬 모델이 안 후보자의 향후 총리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선례여서다.

안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22"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스스로 책임총리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대선때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책임총리제를 성안했던 '주역'다운 일성이었다. 정홍원 총리 체제에선 책임총리 공약이 유명무실했지만, 이제 상황이 일변할 것임을 예고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세월호 정국을 극복하려면 검사시절 '거악'(巨惡)을 소탕하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안 후보자의 강단과 추진력에 일정 부분 기대야 할 형편이다. 대선시절 한때 껄끄러웠던 그를 총리로 발탁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회창 이해찬 전 총리는 진영은 반대편이었지만 헌법에 주어진 총리 역할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정권의 두 번째 총리로 투입됐던 점도 같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관계가 서로 다르게 설정되면서 결말은 판이했다.

1993년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서해 훼리호 참사에 쌀 개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리자 감사원장이던 이회창 전 대법관을 총리로 불러들였다.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발탁된 대법관 출신 안 후보자의 법조이력과 투입시기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사정(司正) 사령탑으로서 과거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며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이회창 당시 총리는 헌법의 총리 권한을 행사하려 했다. 당시 2인자였던 최형우 내무장관을 면전에서 호통치는 강단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총리의 행보는 당연시되던 '대독총리' '얼굴마담 총리'를 탈피해 대통령제하에서 책임총리상()에 대한 논의의 물꼬틀 텄다.

하지만 총리 권한을 놓고 청와대와 잦은 마찰을 빚은 끝에 취임 4개월만에 전격경질됐다.

물론 이 전 총리가 대통령을 들이받고 사표를 던지는 '범상치' 않은 행동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여당 대선 후보까지 거머쥔 것은 책임총리와 정치적 위상 사이의 함수관계를 꼽씹게 하는 대목이다.

20046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탄핵정국'에서 복귀한후 2기 총리로 '동지적 관계'였던 이해찬 의원을 발탁했다. 명시적으로 이해찬 총리에 '책임 총리' 지위를 부여하며 일상적 국정운영을 위임했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이 총리는 '실세총리'로 내각을 이끌었다.

책임총리 구현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헌법은 총리의 행정부 통할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책임총리제는 새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사문화된 헌법적 권한의 실질적 보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책임총리의 관건은 총리의 역량뿐 아니라 대통령이 총리를 얼마나 신뢰하고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는게 중론이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전직 고위 관료는 "총리가 의욕적으로 일을 벌이다보면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대통령이 챙길 일을 왜 총리가 나서느냐' '너무 설치지 마라' 등의 얘기가 들어오곤 한다""대통령제 하에서 총리가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게 권력의 속성"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의 힘은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나온다""주례보고 등의 방식으로 총리가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만나야 청와대 참모들도 총리를 존중하고, 또 총리가 부처 장관들을 휘어잡고 통할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의 힘은 대통령의 용인술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기능한데는 당시 노 대통령의 힘 실어주기가 가장 큰 배경이었다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안대희 후보가 총리가 되고 나서 자신만의 목소리와 컬러로 보폭을 넓히다가는 청와대와 충돌한 이회창 모델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점에서 안 후보자가 책임총리의 길을 가려면 우선 박 대통령의 신뢰라는 울타리를 어떻게 치느냐가 핵심으로 보인다. 또 대학·검찰 선배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계 설정도 변수다.

여당 지도부와의 거리도 중요하다. 이해찬 전 총리는 당시 5선으로 여의도를 잇는 채널이 있었다. 안 후보자는 국회 경험이 전무하다. 박 대통령과 정례회동은 물론 여러 고위 당··청 회동 등으로 권력심장부에 접근할 수 있어야 국정의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조언들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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