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부국장

6.4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선거운동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줄었다.
이번 선거는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시·군·구에서 각급단체장과 교육감, 광역·기초의회의원 등 모두 4000여명에 가까운 지역일꾼을 뽑게 된다.
이번 선거운동은 사뭇 다르다. 이맘때면 거리는 선거운동원들의 현란한 율동에 ‘뽕짝’ 또는 최신 유행가 가사를 개사한 로고송으로 시끌벅적해 3살 어린이부터 80세 노인까지 흥얼흥얼 따라 불렀었다.
역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라는 가사 때문에 가수 이정현의 ‘바꿔’를 개사한 로고송이 선거 유세 단골 곡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호 참사가 전통적인 선거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유세차량과 운동원들은 그대로지만, 요란스런 방식의 선거운동은 자취를 감췄다.
대다수 후보가 유세차량이나 율동, 로고송이 없는 ‘조용한 캠페인’을 실천하면서 공식 선거운동 나흘째인 25일까지도 시끄러운 대규모 유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참사 이후 ‘핫이슈’로 떠 오른 안전 문제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과 다짐도 새로운 선거 풍경이다. 다만 경쟁 후보 선거 캠프가 비방전은 여전하다.
6.4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되는 사전투표제도 변수다.
사전투표제는 과거 부재자 투표와 달리 선거 당일(6월 4일)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해 투표 참여 독려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로, 오는 30일과 31일 이틀간 신분증을 지참하고 전국 읍·면·동사무소에서 미리 투표할 수 있다.
역대 선거사상 처음 도입한 제도이다 보니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마다 사전투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를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10% 정도로 예측하고 있어, 평균 2~3%에 그쳤던 부재자투표율보다 3~5배 높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선거도 사상 처음 도입되는 교호(交互)순번제‘ 투표용지가 당락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부터 투표용지에서 1번, 2번 등의 기호가 사라지고 기초의원 선거구마다 후보 나열 순서를 바꾸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된다.
그동안의 교육감 선거가 후보의 이름이 어떤 자리에 배치되느냐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쳐 ‘로또선거’, ‘깜깜이 선거’, ‘줄투표’라는 폐단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교육감 선거는 인지도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각 후보자 이름의 순서 기재가 동일해 결국, 누가 얼마만큼의 ‘이름을 알리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 동안 내가 사는 지역의 살림을 맡길 책임자를 뽑는 중요한 자리다.
모든 후보들이 끝까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 차분하고 깨끗한 선거전을 해야한다. 유권자들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도 누가 얼마나 우리지방 살림을 더 알차게 꾸려나가고 안전을 더 잘 책임질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신을 알리려는 후보자들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운동만큼이나 후보들의 면면을 세심히 살피고 지지대상을 찾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의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얘기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은 앞으로 4년 동안 국정과 살림살이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후보를 우리지방 일꾼으로 모셔야하는 부담으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후보들의 선전, 유권자들의 적극적 투표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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