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의 전략분석 오류, 자충수 될 듯

-윤진식 “환경재앙론” 승부수 or 자충수
“발암물질 배출기업, ‘죽음의 땅’ 만들어” 주장
환경과학원 “인체 무해 수준, 논란 이해 못해”
오창 주민 “정치인 표싸움에 주민만 피해” 반발

윤진식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가 연일 ‘환경재앙’을 앞세워 이시종 새정치민주연합 충북지사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충북지사로 재임하면서 유치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외국계 2개 기업에서 2급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을 배출, 충북지역이 발암물질 배출량 1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특히 발암물질 배출로 인해 충북지역이 ‘죽음의 땅’으로
전락했다며, ‘안전 충북’을 천명한 이 후보는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윤 후보측은 이같은 ‘환경재앙론’이 확산되면서 선거 판세에 반영돼
윤 후보의 지지세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 사이에선 윤 후보측의 분석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나
타내고 있다.
우선 해당기업이 입주해 있는 오창산단 주민과 인근 농민들의 반발 기
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윤 후보측에서 명확한 사실근거도 없이 환경재앙론을 내세우는
바람에 지역에 대한 이미지 실추와 주민 불안감 조성, 이에 따른 집값 하락 등 재산권 손실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청원생명쌀 주생산지인 오창지역 농민
들은 환경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매출 하락 등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청원군학부모연합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오창과 청주를 환경유해물질로 가득한 지역으로 만들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정치인들의 표싸움에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유해화학물질 등을 관리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윤 후보측이 2급 발암물질이라고 주장하는 디클로로
메탄은 엄밀히 따지면 발암 가능물질일뿐,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도 이를 발암가능물질로 구분하고 있으며, 대기환경보전법
에서도 특정대기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배출량에 대해서도 윤 후보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5~6월 두달동안 윤 후보측이 발암물질 배출기업으로
지적한 오창산단내 W사의 디클로로메탄 배출농도를 조사한 결과, 공장내에서 0.145ppm, 굴뚝에서 200m 떨어진 부지 경계선에서는 0.009ppm, 주거 지역에서는 0.001ppm에 그쳤다.
또 C사의 디클로로메탄 배출 농도 역시 공장 내에서는 0.002ppm, 부지
경계선 0.001ppm 나왔고, 주거 지역에서는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이같은 배출량은 사람이 평생 동안 흡입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게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는 미국이 규정한 '흡입노출참고치(0.173ppm.평생 흡입해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 추정 기준치)'의 170분의 1 이하 수준이며, 환경부가 지난해 개정해 올해 5월 24일부터 시행한 대기환경보전법상 디클로로메탄 배출 허용기준인 50ppm의 5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윤 후보가 주장한 W사의 2011년도 배출량 2137t은 “공정상 투입된 용
제가 증발하면서 그만큼 보충하게 되는 양을 뜻한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배출량과 사람들이 직접 흡입하는 배출농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하나,

윤 후보측이 배출량과 배출농도를 동일한 것으로 오해한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억울한 쪽은 ‘발암물질 폭탄 기업’으로 지목된 W사와 C사다.
이들 업체들은 “환경 오염 예방과 인근 주민 피해 방지를 위해 유해물
질 배출 저감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데, 환경재앙의 주범으로 몰렸다”며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에 실추된 기업 이미지는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분개했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측이 승부수로 내세운 ‘환경재앙론’은 참모진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판단 오류’와, 정치적 득실을 면밀히 예측하지 못한 ‘전략분석 실패’가 겹쳐진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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