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약·인물·도덕성 검증 외면

새누리당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와 청주권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임동빈>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와 김한길 공동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2일 청주 성안길 입구에서 유세를 갖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임동빈>


-정치권, ‘감성선거’로 지방선거 본질 훼손
여 “박근혜 대통령 지켜달라”
야 “세월호 참사 책임 물어야”
정책공약·인물·도덕성 검증 외면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 심화 우려

6.4지방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여야 정치권이 후보들의 인물·정책공약은 외면한 채 주민 정서를 자극하는 감성정치로 몰고가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앞세워 이번 지방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재신임 또는 심판의 수단으로 삼아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가 박빙 구도로 전개되면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 선거 막판 지원유세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은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나 정책공약의 타당성 등 후보의 자질·능력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감성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당 차원의 정책공약 제시는 뒷전인 채 “어려움에 빠져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거나,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등 박 대통령에 의존한 감성 정치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외가가 충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충북의 딸을 지켜달라’는 등 유권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성 정치에 주력하고 있다.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들은 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충북을 살릴 여당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지지를 부탁했다.
경쟁 후보에 비해 무엇이 장점이고 경쟁 우위에 있는지,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의 현실적 타당성이 있는지 등을 통해 인물·공약 경쟁에 중점을 둬야 하는 지방선거의 본질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서적 지지에 의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새정연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당과 정부에 떠넘기며 정부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다.
이날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를 비롯한 지방선거 후보 지원을 위해 충북을 방문한 김한길 공동대표는 청주 성안길 유세에서 "비행기 값이 부담스러워 배를 타고 가다가 참변을 당한 아이들 때문에 모두가 가슴 아파하는 때에 전관예우로 다섯 달 동안 16억원, 하루 천만원씩을 번 사람을 총리 후보로 내민 것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아직 민심을 모른다"며 여당과 정부에 대한 비판에 치중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억울하게 죽어간 꽃다운 우리 아이들에게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한 세상, 공무원이 조직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 엄마들이 자식을 밖에 내보내놓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총선이나 대선 등 중앙정치권 선거에서나 나올법한 선거전략을 지방선거에도 그대로 적용, 세월호 참사로 인한 유권자들의 반정부적 정서를 자극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행태는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이나 정당 지지도에 의존하지 않은 채 지역발전과 주민 권익을 위해 인물과 정책 중심의 경쟁이 돼야 할 지방선거를 정당 대리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정당 예속화를 심화시켜 지역과 주민보다는 소속 정당의 이익을 추종하는 중앙정치의 지방자치 식민화를 고착화하는 병폐를 낳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했던 근본적 이유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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