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식 청주남성합창단 ‘친구들’ 단장
직장인, 아버지, 남편 등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수많은 수식어 때문에 힘들었을 중년의 남성들이 ‘합창단원’으로 무대에 서고, 가장 행복한 얼굴로 관객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충북지역에 거주하는 40~60대 남성 80여명으로 지난해 9월 창단한 충북남성합창단 ‘친구들’은 이날 창단음악회를 통해 문화동아리 활동이 삶의 큰 활력이 되고,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무대에서 펼쳐보였다.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안다. 무대에 서 있는 합창단원들이 얼마나 바쁜 틈을 쪼개 노래하고,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는지.
충북남성합창단 ‘친구들’이 창단 9개월 만에 안정적인 화음으로 노래하고, 마음을 나누며 활동할 수 있었던 데는 청주선프라자컨벤션센터 대표인 김요식(56) 단장의 공이 컸다.
딸 김효진(25)씨가 비올라 연주를 시작하면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김 단장은 지난해 8월 음악 하는 친구들과 가진 모임에서 이강희 한국교통대 음악학과 교수로부터 합창단 창단을 제의받았다.
이후 김 단장은 청주남성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하게 됐고, 음악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그 기쁨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겠다 생각해서 합창단 창단을 결심했다.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고 마는 성격인 김 단장은 즉시 단원 모집에 나섰다. 휴대전화를 열어 저장된 2000여명의 사람들 중 함께 합창단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 합창단 창단멤버가 돼 줄 것을 제안했다.
“청주남성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합창은 노래 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들까지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강희 교수의 제안이 떠올랐고, 그날로 합창단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첫 모임에 참석한 단원은 100여명이었고, 강제성이 없는 모임이기 때문에 추후 자연스럽게 80여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생활이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연습하는 날인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는 어김없이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 함께 식사하고 노래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무대에 설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파트별로 지도자를 초빙해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김학근 성악가를 지휘자로 초빙하고, 이문희 충청대 실용음악학과 교수를 단무장으로 합창단의 형태를 갖춘 것도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여 창단 4개월 만에 단원 가족들과 지인들을 초청해 송년가족음악회를 열었다.
“4개월 간 열심히 연습해 지인들 앞에 섰을 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미숙했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큰 박수로 격려해줬습니다. 가족과 지인들로 구성된 관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단원 모두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이들의 열정은 더 대단해졌다. 가족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고, 조금 더 노력하면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도 설 수 있겠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 연습하는 날 단원들의 빈자리는 찾기 어려웠고, 음악적 수준도 높아갔다. 음악으로 하나 되니 단원들 간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실로 음악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두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도 짧은 시간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노래하는 모임을 통해 맛본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들 합창단이 추구하는 공연은 ‘즐거움을 나누는 음악’이다. 창단음악회 때도 가곡과 유행가 등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충북남성합창단 ‘친구들’은 매년 정기공연과 송년가족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 자신들이 노래하며 찾은 즐거움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문화예술동아리 활동이 삶에 큰 활력과 기쁨이 된다는 것을 합창단 활동을 통해 배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노래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창단연주회에서 보내주셨던 것처럼 열성적인 응원 부탁합니다.”
김 단장은 1958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충북대를 졸업하고 현재 선프라자컨벤션센터 회장으로 있다.
▶글·사진 김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