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D-Day다. 여섯번째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오늘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그간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다. 정부의 황당하고 무책임하기 짝이없는 대응에 국민들은 좌절하고 또 분노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마다 0순위의 공약으로 안전을 내세웠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안전일 터이지만, 모든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모든 선거의 쟁점과 방향이 여야를 막론하고 안전에만 기형적으로 쏠려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안전을 도외시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분노와 감성에만 편승해 스스로 감당도 못할 포퓰리즘적인 헛구호를 내세우지는 말라는 이야기다.
균형적인 공약과 그것의 실천이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은 그것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지니고 있는 막강한 힘을 상기할 때, 정치는 우리들이 도외시하고 비난만 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혁파해 나아가야 할 삶의 토양인 것이다.
투표는 국민의 힘이다.
투표하지 않는다면 정치를 말하지 마라. 자신의 소중한 주권을 포기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방기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경계한다. 냉소주의에 빠진 사람일수록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 많다. 비판하는 것 또한 국민의 소중한 권리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난 받을 만한 사람을 뽑지 않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최선의 후보를 뽑을 수 없다면, 차선의 후보를, 차선의 후보도 뽑을 수 없다면, 최악의 후보는 피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비판하는 정치권에 대한 준열한 심판이기 때문이다. 그 한 표로 인해 정치권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 차선이 아니더라도 최악으로 가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는 국민이 정치권에 드는 준엄한 회초리다. 이젠 국민들이 정치권에 아픈 매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바뀐다.
선거일 앞 뒤로 공휴일이 있어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신의 소중한 권리이자 책임을 포기하고 산으로 들로 놀러가기 바쁘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또 다시 세월호의 아픔을 겪을 것이고, 우리는 또 좌절하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아니다. 이번엔 아닐 수 있다. 희망스런 조짐이 보인다. 5월 30∼31일 실시한 사전투표의 참여율이 11.49%가 나왔다. 4129만6228명 전체 유권자 가운데 474만4241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예전 사전투표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역대 투표율이 1회를 제외하고 50% 안팎이었음을 보면 이번 투표율은 60%를 넘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가능하다.
투표는 국민들에게 축제의 장이다.
축제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신명과 흥이 더해지는 법이다. 오늘 실시되는 6.4지방선거를 국민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신명과 흥을 모아 올바른 인물을 선택하는 우리들의 정확한 선택이 필요하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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