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북·충남·세종 모두 새정연 후보 당선
-충청권 광역단체장 야당 석권
대전·충북·충남·세종 모두 새정연 후보 당선
6.4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충북지사·충남지사·세종시장 등 충청권 4곳의 광역단체장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당선되며 야당의 돌풍을 일으켰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빙 구도로 전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개표 과정에서도 대부분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 끝에 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대전시장
권선택 새정연 후보의 막판 뒤집기로 막을 내린 대전시장 선거는 유성구 지역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개표 결과, 권 당선인은 동구와 중구, 대덕구에서 박성효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렸지만, 유성구에서 큰 차이로 승리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권 당선인은 동구 47.2%, 중구 48.5%, 대덕구 46.3%를 득표했으나 서구와 유성구에서 각각 50.4%와 55.1%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박 후보는 동구(49.8%), 중구(48.9%), 대덕구(49.7%)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유성구에서는 41.6%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유성구에서 권 당선인은 7만5806표를 얻어 박 후보(5만7099표)보다 1만8707표를 앞선 것이 승리의 요인인 셈이다.
권 당선인이 유성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적 정서 때문으로 분석된다.
4년 전 치러진 대전시장 선거에서도 박 후보는 유성구에서 자신의 평균 득표율(28.5%)에 못 미치는 26.3%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유성은 충남과 세종 표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구 갑 지역이 호남 표심의 영향을 받고, 동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충북 옥천·영동의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충남과 세종에서 새정연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그 영향이 유성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유성구는 각종 선거에서 대전의 일반적인 표심과 다르게 나타났다"며 "침묵하던 개혁 세력의 표심이 응집되면서 예년보다 야당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지사
이시종 새정연 후보와 윤진식 새누리당 후보가 맞붙은 충북지사 선거는 개표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 끝에 이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 이후 6년 만의 리턴매치에 나선 윤 후보를 다시 한 번 제치면서 7번의 선거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선거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한 것은 역시 최대 표밭인 청주 표심이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도 이 후보는 청주 상당·흥덕, 충주, 청원 선거구에서 이기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13개 시·군·구 선거구 중 9개 선거구를 재선에 도전한 정우택 후보에게 내주면서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청주 상당·흥덕구에서 많은 표를 얻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특히 이 후보는 청주와 옥천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승리한 지역에서도 윤 후보를 누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60% 가량 개표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윤 후보가 이 후보를 1800여표 앞서기도 했지만 청주권 개표가 본격화돼 개표율이 94.28%에 달하자 이 후보가 윤 후보를 1만1000여표 앞서 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달라"는 새누리당의 전략에도 박 대통령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에서도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제쳤다.
윤 후보가 선거 중반 이후 승부수로 내세운 환경재앙론은 오히려 표심 이반의 빌미로 작용,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발암가능물질을 발암물질로 호도한 데다, 환경부 등의 오염도 조사를 통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음에도 마치 충북이 ‘죽음의 땅’인 것처럼 부추기는 바람에 되레 지역주민의 정서적 반감만 자극시킨 셈이다.
여기에 최대 표밭인 청주권에서 인지도 상승을 통한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음에도, 조직력 미흡과 선거전략 부재 등으로 청주권에서 이 후보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보인다.
청주시장 선거에서 한범덕 새정연 후보에 비해 상대적 인지도가 낮았던 이승훈 새누리당 후보가 청주지역 인지도 제고를 통한 지지도 상승 전략에 주력, 승리를 따낸 것과 대조적이다.
●충남지사
안희정 새정연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지난 민선 5기동안의 안정적인 도정 운영에 대한 도민의 지지와 신뢰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 열세를 보인 정당 지지도와, 친박 주자로 이번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와 대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높은 지지율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야당의 지지율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기에 정서적으로 박 대통령에 우호적인 충남지역 민심이 친박계인 정 후보의 지지도를 견인하는 동력이 된다면 안 후보에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구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정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고, 선거 결과에서도 이같은 여론을 벗어나지 않았다.
친노계 핵심인사로 진보 성향인 안 후보가 민선 5기 충남도정을 이끌면서 보수층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포용정책을 쓰면서 보수와 진보 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은 것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해석된다.
별다른 흠집을 찾아내기 어려운 도정 운영 등 개인적 인물론과, 진보와 보수를 아우리는 화합정치를 통한 도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낮은 정당 지지도를 극복해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충청권 대권론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측면도 있다.
안 후보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데다, 스스로도 대권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성공한 광역단체장’ 이력을 통해 대권 후보로서 격을 높여주자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도 충청권 대통령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충남도민의 기대감과 의지다.
●세종시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권자 수가 가장 적은 초미니 선거구인 세종시장 선거에선 이춘희 새정연 후보가 재선에 도전한 유한식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2012년 총선과 함께 치러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서 당시 자민련 소속의 유 후보가 41.7%를 득표해, 37.3%를 얻는데 그친 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이번 선거에선 이 후보가 57.8%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유 후보에게 빚을 갚았다.
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우선 인물론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것이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종시가 광역단체로 출범 후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 민선 6기엔 광역행정에 걸맞는 경험과 행정능력을 지닌 사람이 돼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정서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이탈이 결과적으로 유 후보에게 치명적인 악재가 된 점도 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반사이익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촉발된 공직개혁론에 대해 세종시에 거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정서적 반발도 야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피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공직사회를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공직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형 공모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모든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겨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정서적 반발을 초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이에 대한 자신들의 속마음을 지방선거에서 표로 보여준 셈이다.
<지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