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과학계의 기준으로 간주돼 온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첫 사례가 나왔다고 영국 레딩대학이 8(현지시간) 발표했다.

레딩대는 전날 영국 왕립학회(로열 소사이어티)에서 이 대학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을 받는 로봇기술 법제도 연구기관 '로보로'가 개최한 '튜링 테스트 2014' 행사에서 이런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학에 따르면 경쟁에 참가한 프로그램 중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유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

튜링 테스트는 "과연 기계가 생각할 줄 아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된 시험 방법이다.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전산학자 앨런 튜링(19121954)1950년대에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게재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이 방법을 제안했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를 판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과학적·철학적 의미에서 '인공 지능'의 판별 기준인 것이다.

튜링은 "만약 컴퓨터의 반응을 진짜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사람과 컴퓨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대화 상대편이 컴퓨터인지 진짜 인간인지 대화 당사자인 사람이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유진은 5분 길이의 텍스트 대화를 통해 심사위원 중 33% 이상에게 '유진은 진짜 인간'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행사를 조직한 케빈 워릭 교수는 설명했다.

유진은 블라디미르 베셀로프, 유진 뎀첸코, 세르게이 울라센 등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2001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첫 버전이 나왔다.

개발팀 중 러시아 태생인 베셀로프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태생인 유진 뎀첸코는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인 것처럼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베셀로프는 이런 설정을 한 이유에 대해 "13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유진이 뭔가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믿음을 주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레딩대 방문교수이며 코벤트리대 연구부총장인 워릭 교수는 "영국 과학의 고향이며 여러 세기에 걸쳐 인간 이해의 진보를 이룬 현장인 런던 왕립학회에서 이토록 중요한 이정표(튜링 테스트 통과)가 세워졌다는 것은 매우 걸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이미 그전에도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려고 할지 모르지만, 이번 경우는 독자적으로 검증이 이뤄졌으며, 또 결정적으로 대화 내용이 제한되지 않았다""진정한 튜링 테스트는 미리 질문이나 화제를 정해 놓지 않아야 하며, 이에 따라 우리는 앨런 튜링의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 사례가 토요일(67)에 나왔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앨런 튜링 별세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천재 수학자인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강제로 호르몬 주사를 맞는 등 탄압을 당하다가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