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내부 경쟁·알력 탓 부풀려져

-‘선거 살생부’, 공직 스스로 만드나
공직 내부 경쟁·알력 탓 부풀려져
공정한 인사원칙 적용 조직 안정 꾀해야

6.4지방선거가 끝난 뒤 당선인들은 공직 내부의 동요와 분열을 우려,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사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당선인들의 의지 표명에도 선거 때마다 돌출되는 공직 내부의 경쟁과 알력 구도로 인해 ‘살생부’를 공직 스스로 부풀려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로 새롭게 단체장과 교육감에 선출된 당선인들은 한결같이 조직 안정을 위한 공정한 인사 방침을 내세웠다.
충북도의 경우 이시종 지사가 재선됨에 따라 인사와 관련된 잡음이 별로 없지만, 충북도교육청을 비롯해 단체장이 교체된 일부 시·군의 경우 인사 태풍이 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선인들은 선거 직후 선거와 관련된 ‘물갈이 인사’는 없다며, 조직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인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도교육청 일반직 인사와 관련,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가 만사인 만큼 (조직의 안정을 위해) 큰 폭으로 하지 않을 생각이며 인사 시기를 미루지도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승훈 통합청주시장 당선인도 지난 5일 "시청 공무원 살생부 얘기가 있던 데 전혀 근거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직원들을 모르는 상황이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통합시 첫 인사 안을 마련해 달라고 인사위원장인 최복수 부시장에게 주문했다. 저는 점검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청주·청원 통합에 따른 인사인 만큼 통합추진공동위원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사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세복 영동군수 당선인도 "선거 기간의 앙금을 털어내고 화합하는 군정을 펴겠다"는 입장이고, 이근규 제천시장 당선인 역시 “초정파적 인사들로 인수위를 꾸려 (인사와 관련된) 동요가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당선인들 대부분 선거와 관련된 인사 잡음 없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도모할 수 있는 인사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의지 표명에도, 공직 내부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당선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직 내부적으로 경쟁·알력 관계가 선거 결과에 편승, 살생부를 만들어내며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당선인 측근을 통해 ‘손봐줄 직원’ 명단을 전달하거나, 내부적으로 편가르기를 조장하면서 선거 과정에 개입 여부와 상관없는 ‘살생부’를 생산해내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같은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공직 내부 구도나 공무원 품성·업무능력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당선인들에게 자칫 편견과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함으로써, 당선인을 ‘인사 함정’에 빠뜨릴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 인사에 따른 공직 내부 동요와 직원들간 갈등·분열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빌미를 공직 내부 구성원들이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선인들은 공직 내부의 가공된 정보나 경쟁·알력 관계에 따른 ‘조작된 살생부’에 현혹되지 말고 객관적인 인사 원칙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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