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실시된 교육감 선거는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교육감 가운데 세종, 충남, 충북 등 13곳의 교육감 자리를 진보 진영이 싹쓸이했다. 4년 전 선거에서 보수 대 진보의 비율이 10대 6이었던 것에 비하면 진보 진영의 약진은 가히 괄목할만하다.
이번 결과는 보수 후보들의 난립과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그리맘의 분노, 기존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당선인들이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교육혁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교육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직교사 출신의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선인은 교육연구단체와 시민단체를 만들어 지역에서 왕성한 진보적 교육정책 추진을 주도해 왔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당선인을 ‘전교조 구속1호’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이며,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당선인도 전교조 출신으로 전교조가 주장해온 교육정책과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김병우 당선인은 ‘충북형 혁신학교 운영’, ‘0교시 수업·고입 선발고사·초등학생 학력수준 판별검사 폐지’, ‘학생안전조례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진보교육감 시대를 걱정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교육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결과 6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주요 교육문제를 놓고 소송까지 진행할 정도로 갈등을 겪어온 만큼 ‘교육 갈등’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심사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나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진보 교육감들은 반대하고 있고 진보진영의 ‘학생인권조례’ 추진에 대해 정부는 상위법에 위반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중앙·지방정부간 재원 부담 떠넘기기,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친일독재 미화 역사교과서 반대와 대안적 역사교과서 발행 등도 중앙 정부와 지방교육청간의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유아교육 및 초·중등교육, 평생교육 대부분이 시·도교육감의 권한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타격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과거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교육정책 추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 갖는 특수성과 민감성을 고려할 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을 일순간에 뒤바꿔 버리려 한다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현 보수 정부와 진보 교육감간 갈등이 생산적인 변화 대신 소모적인 이념 대립으로만 치닫게 될 경우 일선 학교는 여기 저기 눈치를 보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의 마찰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틀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지방교육청과 중앙정부가 ‘남’이나 ‘적’이 아닌 ‘우리’와 ‘동지’의 심정으로 힘을 모아주길 당부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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