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청주 SFX시네마에서 열린 ‘2014 충북여성문화제개막식을 찾았다. ‘영화로 보는 여성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 행사에는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영화 6편이 상영된다.
개막식 행사장은 성황을 이뤘다. 객석이 모자라 많은 관객들이 계단에 앉아 영화를 봤으며, 선 채로 관람하는 관객들도 다수였다. 이 문화제는 타깃을 여성주의 시각을 갖지 않은 보통의 여성들로 했다. 한 관계자는 청주YWCA가 열고 있는 청주여성영화제가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영화제는 초급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10대부터 70~80대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 공감대가 있는 영화들이 주로 선보였고, 소위 영화들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개막작은 인도영화 굿모닝 맨하탄(감독 가우리 신드)’. 외모부터 요리 실력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가정주부 샤시(스리데비)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무시를 받다 영어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가장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인 가족에게서 홀대받으며 자괴감을 느끼던 샤시가 기필코 멋지게 영어를 구사해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한 쾌감을 줬다. 대부분 엄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이들이 함께 모여 엄마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영화를 보는 체험은 묘한 흥분감을 안겨 주기도 했다.
샤시가 잘 만드는 인도 디저트 라두를 보며 군침을 흘리다 나오니 관객들에게 선물이 제공됐다. 영화 속에서 마치 샤시의 상징처럼 등장하던 라두였다. 문화제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여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기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문화 소외 지역인 음성과 보은 등을 직접 찾아가 현지 주민들에게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주민들의 상당수는 자막을 읽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촌로들이다.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자동차로 왕복 2~3시간을 달려야 할 이들에게 이번 문화제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행사가 될 것이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충북여성포럼과 충북여성단체협의회, 충북시군여성단체협의회, 충북여성연대 등 충북의 여성계가 한 마음으로 준비한 이 작고 소박한 행사는 그 어느 것보다 크고 깊고 진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18일까지 청주, 음성, 충주, 보은에서 진행되는 이 문화제에는 도민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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