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기존 인사스타일 탈피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 총리 후보로 문창극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깜짝' 지명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기자 출신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고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기자 출신 총리로 기록된다.
선출직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는 기자출신이 제법 있었으나, 내각을 통할하는 임명직 총리에는 지금까지 저널리스트 출신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는 제42대 총리다. 초대 이범석 총리를 시작으로 총리 서리(署理)까지 포함해 수십명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 자리를 이어왔지만 기자 출신은 단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다만 기자 생활은 하지 않았어도 언론계에 몸담은 경력을 지닌 인사는 몇몇 눈에 띈다.
제3공화국 때인 1963∼1964년 제8대 총리를 지낸 최두선 전 총리는 총리로 임명되기 전인 1947년부터 1963년까지 동아일보 사장을 지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16대 총리로 임명된 김상협 전 총리는 동아일보 이사 경력이 있지만, 자세히 따지면 김 전 총리는 고려대 교수 및 총장, 문교부 장관 등을 거친 학계 인사였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8월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의 경우 한국신문협회장, 세계신문협회 이사 등을 역임한 점에서 언론계 인사로 분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국회 인준에서 부결돼 총리로 임명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언론인 출신을 후임 총리로 지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론을 정확히 꿰뚫는 언론인 특유의 감각을 활용해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세월호 정국으로 조성된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에 보여준 신임 총리 인선은 기존 인사스타일을 고수하는 대신 그동안 정치권, 특히 여당 내에서 분출된 다양한 여론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충북 청주 태생인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을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하고 완패하면서 충청권 인사의 중용 목소리에 호응한 인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을 때 '부산·경남(PK)' 득세 비판이 나왔고, 이에 따라 '후임 총리는 영남 출신이면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던 점을 고려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안 전 대법관 낙마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 '전관예우' 논란에 따라 형성된 '법조인 배제' 여론이 참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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