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성모병원... 절도범의 천국

 지난달 15일 청주의 한 종합병원입원실에서 환자의 지갑을 노린 절도사건이 발생, 이에 대한 문제점을 본보 5월 23일자 ‘종합병원에 ‘도선생’··· 병원 나몰라라’란 제하의 기사로 청주성모병원의 무성의한 태도와 병원 폐쇄회로(CC)TV 및 사물함 잠금장치가 없는 등 취약한 보안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청주성모병원은 천주교 청주교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주의 대표적인 종합병원 중 한 곳으로 기자가 사건관련 취재를 시작하자 병원관계자는 보안요원의 순찰강화와 입원실 사물함의 잠금장치 설치 등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재발방지를 굳게 약속했었다. 

 하지만, 병원관계자는 절도피해자가 퇴원한지 며칠 지났음에도 퇴원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정도로 사건에 무관심했다. 절도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 과연 병원 측의 재발방지대책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병원 측의 입장과 달리 사건발생 시점에서 현재까지 보안요원의 순찰횟수나 시간은 전혀 늘리지 않았고, 입원실의 사물함엔 여전히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병원 측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상태로 방치, 결국 또 다른 절도피해자가 절도범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절도가 병원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병원 관계자의 소행이라면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병동의 간호사들과 병원 측의 태도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건 당일 병원의 아무런 조치가 없어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가끔 일어나는 일” “도난.분실 책임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있다”는 말로 일관했고, 취재과정에서 병동 간호사들의 냉랭한 태도 역시 책임감과 미안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사건을 제보한 피해자 역시 “병원의 신속한 후속조치를 원했던 것뿐이었는데 ‘병원책임이 아니고 가끔 있는 일’, ‘경찰입회하에만 CCTV확인이 가능하다’라는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말에 화가 났다”며 “청주의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이와 같은 절도사건이 발생했지만 그 병원관계자는 사고접수 즉시 병원의 CCTV를 확인, 범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바로 검거해 지갑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사회통념상 일반병원과 달리 더 높고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감, 사랑으로 환자를 대하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기자도 가톨릭 신자다. 사건을 취재하는 내내 종교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대해 깊은 회의감과 허탈감으로 취재기간 내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위기만 모면하려는 병원 측의 ‘임기응변’식 태도와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 들만의 병원을 꿈꾼다면 이 곳을 찾는 이용객들과 지역사회로 하여금 외면 받을 수 있다.
 
 해당 병원은 특정 종교인들만의 병원이 아니다. 이젠 하느님을 섬기듯 환자를 섬기는 병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