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7일 역사인식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을 거듭 주장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인사청문회 전 자진사퇴를 주장하는 야당에 대해 '배째라당'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한편, 문 후보자에 대한 당내의 불만 목소리를 '톤다운' 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그러나 비주류를 중심으로 문 후보자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물론 주류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당 지도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창극 엄호대열'에 균열이 발생해 자칫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는 우려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새누리당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국해법을 둘러싼 유불리 셈법이 주자마다 다른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적정 여부를 가리는 법적 절차를 통해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안하겠다고 버티니까 세간에서 'BJR당', '배째라당'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윤 사무총장은 김대중정부 시절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잇따라 낙마한 사례를 들며 "당시 국회는 인사청문회도 하고 본회의 표결을 거쳤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이고 의회의 기본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재 문창극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지원 의원"이라면서 "박 의원은 인사청문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정상적으로 특위를 운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박 원로그룹의 서청원 의원은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자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며 식민사관 논란에 대한 대응 미숙 등을 들어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인사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던 서 의원이 입장 변화를 보이자 한 때 청와대와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일반 여론을 수렴한 개인의 소신이라는 게 서 의원 측의 설명이다.

반면, 김무성 의원은 일산 호수공원에서 시민·당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대로 문 후보의 발언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지금이라도 빨리 본격적인 해명의 기회를 한 번 더 가져야 한다"고 사퇴보다는 '해명'에 방점을 찍었다. 일종의 차별화로 읽혀진다.

또다른 전당대회 주자인 홍문종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문회에서 명명백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청문회 절차는 꼭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비대위원장은 당 비례대표 의원 모임인 '약지회' 조찬 회동에도 참석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국회의원 한분 한분은 헌법기관으로서 본인이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희는 정당이라는 하나의 결사체에 몸담고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상민 의원은 "청문회가 정치공방이 될 것이고, 표결에서 분열될 것이 뻔하다"면서 "이런 것을 걱정하는 초선들의 마음을 '반란', '몇몇 소수의견'이라고 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조명철 의원도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가 만사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되는데 그게 잘 안보이는 듯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