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헌정 사상 최초의 충북출신 국무총리 탄생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문창극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국회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충북도민 뿐만 아니라 국민모두가 안타깝고 실망스런 일이다.
야당은 확고한 부결입장인데다 새누리당내에서도 지도부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초선의원들을 넘어 일부 중진들에게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 등 불교단체 20곳은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규탄 재가불자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자의 사과와 사퇴, 대통령의 지명 철회와 대국민 사과, 인사검증시스템 개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할머니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에서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주장은 국민의 검증은 이미 끝났으니 청문회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심정을 솔직하게 국민에 알려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민감한 국민정서를 건드린 탓에 이미 형성된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얼마나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단순히 정치적 관점을 떠나서 이번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바탕엔 그간 누누이 지적되어온 대통령의 '소통'의 문제가 깔려있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소통은 다른 게 아니다. 여론을 듣는 것이다.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소통엔 시대상황상 지도자가 국민을 앞에서 끄는 일방통행식 소통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소통은 쌍방적이고 서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국정을 끌어가는 시각과 인사 프레임을 다시 뜯어봐야 한다.
이번에 지명된 문 총리후보자뿐 아니라 송광용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이어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문표절 의혹 역시 한정된 인사대상자원의 협소함이 가져온 결과일 수 있다. 넓고 깊어진 우리사회의 폭과 깊이, 다양성이 배제된 채 비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의 운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은 인사에서 시작하고 인사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작업을 국민과 소통하고 시대와 소통해 끊임없이 국민 전체를 위해, 국가의 존재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최적경로를 찾아나가는 것은 국정책임자의 의무이자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문 후보자가 결심을 해야 한다. 큰 산에서 길을 잃으면 마지막 위치로 돌아가는 게 순리다. 샛길을 찾다간 점점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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