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문후보자 자진사퇴 '설득' 불구, 문 '사퇴 거부' 배수진

문 보훈처에 '조부 독립유공자 판단' 요청명예회복 시도
24일 각의 총리주재로 변경박 대통령-'접촉' 가능성 주목

 

친일 사관 논란으로 파장을 불러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정국의 향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지 23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이날까지 '임명동의안 재가냐, 지명철회냐, 자진사퇴냐' 등의 선택지 가운데 여전히 가닥이 잡히지 않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후 재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언이 있을 때만해도 박 대통령 귀국후 사태의 결말이 신속히 날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 밖으로 '뜸들이기'가 길어지는 형국이다.

지난 10일 총리 후보가 지명된 시점으로 따지면 2주일간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의 연속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순방 귀국 후 첫 근무일인 이날 임명동의안을 재가하지 않았다. 지명철회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창성동 별관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오늘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해 적어도 이날까지는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고, 퇴근길에는 거취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 들리는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1일 밤 이후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버티고 있다는 설이 많다.

지난 주말을 전후로 사회 일각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동정론과 인사청문회 개최론이 나오면서 문 후보자 거취정리가 더욱 꼬이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특히 문 후보자는 '친일사관'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명예회복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지난 2010년 보훈처 자체 발굴로 독립유공자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와 자신의 조부가 동일인인지에 대한 검증을 최근 요청해 이날 보훈처가 동일인으로 판단된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요청 시점은 20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중이던 지난 18일 전용기 내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는 귀국해서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언론 분석이 나온지 이틀만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부담은 오롯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함으로써 국정수행 지지도가 추락하고 이미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4일 박 대통령 주재 순서인 국무회의가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관계자들은 "악화된 여론과 인사청문회라는 현실적인 벽 때문에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고수할 수 없으며 이른 시일 안에 상황이 매듭지어져야한다는 인식에 변함이 없다""다만 청와대로서는 문 후보자의 정확한 의중 파악과 그가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법 등을 둘러싸고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명간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 간 '접촉'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무회의 주재를 취소한 박 대통령이 대신 자신이 지명한 문 후보자를 직접 만나는 등 격식을 갖춰 현 상황에서 자진사퇴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인사들은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한 뒤에야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고 전한다.

만약 이 같은 관측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이르면 오는 24일에는 문 후보자의 거취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끝내 자진사퇴를 거부하면서 청와대가 임명동의안 재가냐, 지명철회냐의 막다른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마저 다시 거론한다.

재가의 경우 국회 본회의 인준이 난망해 보인다는 점에서, 지명철회의 경우 청와대의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원치않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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