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까지 24일 연달아 낙마하자 차제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은 '자기 검증' 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민정수석실이 총리, 장관과 같은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에게 200개 항목에 달하는 '사전 질문서'에 답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산형성 과정, 병역, 납세, 논문, 위장전입 등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지는 단골 소재가 대부분 걸러진다.

지난 정부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스폰서 의혹'을 받고 낙마하자 시스템을 강화한 것으로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큰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퇴직 후 고액 수임료를 받은 이른바 '전관 예우' 논란으로 낙마했다. 마음만 먹으면 파악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재산 형성 내역을 검토하지 않았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잣대를 적용해 사전 스크린에서 '합격점'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 후보자는 기존의 다른 후보들과는 전혀 다르게 역사관, 즉 후보의 '정신적·이념적 영역'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우다.

이 때문에 정부 기록을 중심으로 훑어보는 기존 검증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이념이나 국가관, 주변 평판 등 '다면 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현재와 같은 폐쇄적 인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인사 업무 특성 상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비서관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인사위원회 시스템으로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서실장 아래 인사비서관을 두고 운용하다 인사 실패가 거듭되자 인사비서관을 수석급인 인사기획관으로 승격시켰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만큼 청와대 내에서 이뤄지는 제한적 구조로는 근본적 해법이 나오기 힘들다.

이에 따라 인사 검증에 참여하는 인력을 늘리거나, 사전에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해 언론 등을 통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청와대 밖에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 철저한 사전 검증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요컨대 청와대 자체만으로는 인력이나 정보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시스템 인사'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이처럼 총리후보 연쇄낙마는 현재 청와대가 안고 있는 시스템 상의 구조적 한계인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도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낙마했을 때는 여권에서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연달아 두 번이나 총리 후보가 사퇴한 이상 비서실장이 책임지는 것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현재와 같이 '무결점' 수준을 요구해서는 누구라도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하소연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고위 공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백악관, FBI(연방수사국), 국세청(IRS) 등이 인선에 앞서 '티끌'까지 찾아내는 것으로 정평 나 있어 청문회에서는 주로 업무 수행 능력 위주로 검증하고 인준 거부율도 낮다.

후보자 두 명이 잇따라 낙마함에 따라 앞으로 후임 인선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여권의 한 고위 당직자는 "아직 사회시스템은 선진화되지 못했지만 검증 잣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어느 누구도 총리나 장관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진영 논리를 벗어나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능력 위주의 인선을 통해 상대 당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 한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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