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표명했다. 총리 지명 14일 만의 일이다.
문씨는 “제가 총리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며 “이러한 상황이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까지 잇따라 낙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개조’를 내세우며 단행한 인적쇄신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물갈이 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에 대한 평가도 최악이다. 이념적 편향성과 비도적성, 논문 표절 등으로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계속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데에는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있다.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비서관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인사위원회 시스템으로는 또다른 낙마사태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이 갖는 ‘폐쇄성’ 때문이다.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시스템이 아닌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 또한 ‘인사가 만사’라는 쉬운 길을 두고 에돌아 가는 것이 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대신 수첩을 택한 것은 인사를 선정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주관적 판단에 시각이 좁아지고 편향성을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사풀’을 활용한다는 것은 ‘객관화 된 인물’을 선정할 수 있는 길을 넓게 열어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법은 찾으면 된다. 인사검증 참여 인원을 늘린다거나, 사전에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해 언론 등을 통해 사전검증을 한다거나, ‘청와대 밖’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서의 하소연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무결점’ 후보를 어디가서 찾을 수 있겠느냐는 푸념이다.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참극’이 계속 이어지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그건 푸념일 뿐이다. 적어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게 되는 인물은 국가의 중책을 맡고 그 역할에 따라 국가의 안위와 미래가 좌지우지될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을 얻고,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고, 제대로 된 능력을 갖췄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지도자의 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정치인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은 백악관, FBI, 국세청 등이 인선에 앞서 ‘티끌’까지 찾아내려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사검증이 그런 까닭에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린다. 원천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국회 인준 거부율이 낮다.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객관화된 시스템을 통해 진실로 국민적 공감을 얻는 후보자들이 선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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