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괴산 담당 부국장

민선 6기가 시작됐다.
당선자는 기쁨에 찼고, 낙선자는 아쉬워했겠지만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중앙정치, 패자는 지방자치였다.
지역의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호소가 등장했다.
주민을 위한 생활정치를 올바로 구현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중앙정치 구호를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호소가 어느 정도 먹혀 새누리당은 참패를 면했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 선거이면서도 지방은 사라지고 중앙 정치만 득실거린 선거였다.
박근혜 정부 구하기와 정권 심판론이 충돌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는 크게 훼손됐다.
지방자치제의 본질인 지방분권과 자치는 사라지고 지역의 상황에 맞는 발전대책을 제시하는 적임자를 뽑는 노력 또한 뒷전으로 밀려났다.
주민들도 지역발전을 이룰 적임자를 뽑기보다는 지역과 성향에 따라 과거처럼 무작정 표를 던지는 깜깜이 선거를 만들었다.
과연 이런 식의 지방선거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에 재선된 박원순 시장은 “권한과 재정이 중앙정부에 종속된 현재 상태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꽃피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인구 천만 도시의 시장이 국장 한 명을 더 늘릴 수가 없다”는 말로 중앙정부에 의해 좌우되는 지방자치를 한탄했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언제쯤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지 막막하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지방자치선거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정 주민을 위한 참다운 지방자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실은 그 대표자들이 자치행정을 이끄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력, 재정, 권한 등 여러 면에서 중앙에 예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 현장에서 생활 자치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은 지금까지 있는 지방자치를 두고 무늬만 지방자치라는데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처럼 자치가 아닌 탁치(託治)가 20년간 지속하고 있으면서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데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의 핵심인 공약과 정책은 뒷전인 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서나 나옴직 한 구호가 나오면 안 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고, 기초선거 무 공천제 도입 등 정치개혁을 우선해야 한다.
이제는 선거도 끝났고 유권자의 선택도 마무리 됐다.
선거의 모든 후유증을 털어내고 지역발전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됐지만,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보다 그렇지 않은 유권자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 후보의 좋은 정책과 공약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지러운 중앙정치가 선거에 끼어들었지만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는 원래 지역주민의 복리를 향상시키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본연의 사명이 있다.
이제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추슬러 주민 대통합을 이루는 과제가 남아있다.
민선 6기 충북지역 기초단체장의 취임식은 ‘간소’와 ‘차분함’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침체된 지역경제 상황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과거 떠들썩했던 기초단체장의 취임식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제는 선거 공약을 분명히 지키는 것만이 주민들에게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길이다.
집행기관과 의회가 당리당략이 아니라 균형과 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도 행정에 대한 감시와 참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이 참여할 때에만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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