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복 서원대 교수,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 발간

 


시론과 문학비평론을 연구하고, 문학작품을 평가해 온 지 30여년. 시인은 고백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시대에 주목받는 시들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노라고. “모든 인간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참된 시는 아무래도 시 껍데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말놀이꾼과 그 껍데기를 장식처럼 걸치고 다니는 위장독자들을 피해 더 깊은 곳으로 꼭꼭 숨어들었나 보라고. 현대시에 대한 개탄. 헛헛한 독백이다.

백운복(61·사진)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최근 시집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을 펴냈다. ‘시의 이론과 비평(1997)’, ‘현대시의 논리와 변명(2001)’, ‘한국현대시론(2009)’ 등을 펴내며 시문학의 연구와 지도에 천착해 온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펴낸 첫 시집이다.
 
땅 속 깊이 들어가 마지막 여린 숨을 할딱이고 있는 시를 다시 바깥세상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기 위해 시인은 그 위로 뒤덮인 흙을 맨 손으로 헤친다.

시집에는 64편의 시가 실렸다. 1쉼표 찍는 순간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슬픔과 기쁨의 체험들을 현재형으로 담아낸 시들을 모아 묶었다.
 
시 속에는 시인의 일상도 민낯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수필처럼 보이는 산문시들이 독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2신호대기 중에는 동시대 현실의 아픔을 제재로 한 시들이, 3바람 찾기에는 아프고 상처 많은 삶일지라도 이 세상에 있음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감사하는 시들이 담겼다.

가끔 홍수로 참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세상에 이 땅의 오염된 수증기까지 다 정수한 맑은 비가 내린단 말이지요. 콘크리트 바닥 틈새를 뚫고 나오는 민들레의 뿌리를 적셔주기 위해, 그래도 세상을 사랑하겠다고 버텨주는 대지의 자궁에 생명을 틔워주기 위해 때맞추어 내려온단 말이지요.//세상에 내일도, 해가 다시 뜨고/인간을 이어갈 아기가 태어난다고요./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

세상을 향한 시인의 시선은 이처럼 긍정적이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더 생생히 살아나고, 아픔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희망의 노래를 한다.

백 교수는 여기 모은 시는 맨손으로 흙을 퍼내면서 잠시 쉬는 순간순간을 담은 따뜻한 그릇이라며 혹여 참된 시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스며있다면 그것은 나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시 자체의 호흡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연은 단 한 번도 인간을 배반한 적이 없다.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연을 닮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가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음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 박사과정을 수료(문학박사)했다. 1982동아일보신춘문예,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문학평론가)했으며, 호주 그리피스대 언어학부 객원교수를 지냈다.
글누림출판사. 138. 8000.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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