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충남대 교수 번역한 '어린왕자' 발간돼



어린왕자가 돌아왔다. 사방으로 치솟은 황금빛 머리카락,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둥근 눈, 발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망토가 인상적인 모습 그대로.
지혜사랑 세계명작선집 두 번째 권인 이 책은 30여년 간 대학에서 불문학을 지도해 온 이건수 충남대 불문과 교수가 그간의 내공을 한 곳에 모아 번역한 책이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지난 2년 간 ‘어린왕자’를 수백 번 읽고, ‘어린왕자’의 모든 판본과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기도 하며 공을 들였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세 시부터 난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등 수많은 명언을 남기며 70여년 간 긴 사랑을 받아 왔던 어린왕자의 귀환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었다고 알려질 정도로 어린왕자의 번역본은 이미 무수히 시장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다른 번역본들과의 선을 명확히 긋는다. 최대한 프랑스 원전에 충실하게 번역하고자 한 것이 이 책의 핵심. 원전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으며 아름다운 한국으로 윤문을 가했다. 문체는 쉽고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책은 소혹성 B 612호에서 지구로 떨어진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기 직전 사막에서 조난당한 비행사와 함께 한 일주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지구로 오는 동안 어린왕자는 몇 개의 혹성을 들르며 절대군주, 허풍선이, 술꾼, 사업가, 점등인, 지리학자 등을 만난다. 이들은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이 시대 어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꺼내드는 기분은 어쩐지 묘하다. 책을 읽는 내 앞에 선 어린왕자는,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인지도 모른다.
도서출판 지혜. 142쪽.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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