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초장부터 도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도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개원 첫날인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원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과 부의장 2명을 선출하는 등 의장단을 출범시켰다. 충남도의 첫 개원 의회가 이렇게 반쪽으로 특별하게개원된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더욱 문제는 남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의회의 파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양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쪽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반수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고 압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볼테면 해봐라며 물리적인 힘을 쓸 태세다.

6.4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여야 정당이나 후보들이 한결같이 공약한 것이 도의회의 바른 운영이었다. 그 중에 의회운영의 민주화도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공약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반쪽 개원으로 시작하더니 민주적 절차는 간데 온데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누리당의 독선과 오만이 감지된다.

전체 의석 40석 가운데 30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의장과 부의장 2,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6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하겠다는 정치적 속셈이다. 정말 가관이다.

다수당임을 무기로 도의회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새누리당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꼴이다. 대의(代議)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근간이 특정 정당의 전횡에 의해 퇴행될 수는 없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지방의회 스스로 자치의회 기능과 자율권을 포기하고 특정 정당의 의도대로 끌려가겠다는 것은 심대한 지방자치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회가 과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도민의 대변자운운하며 정파를 초월 의원간 화합·단결로 분쟁과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신임 김기영 의장의 당선인사에 울화가 치민다. 새누리당의 성찰을 주문한다. <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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