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권경쟁에 나서는 서청원·김무성 의원 간에 벌어지는 행태는 '이전투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두 의원은 정책과 개혁성을 논의하기는커녕 서로의 허물을 캐거나 세를 과시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강펀치'를 날리며 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된 3일 급기야 '살생부' 논란까지 제기됐다.
서 의원 측이 이날 김 의원을 향해 "살생부의 진실을 밝히라"면서 적극 공세에 나섰고, 김 의원 측은 이를 네거티브 공세로 규정하고 "대응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2008년·2012년 총선 공천 등 주요 선거 때마다 계파 간 대립이 치열해지면서 불거졌던 '살생부'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김 의원 측의 무대응에도 양측의 신경전이 '막장' 단계인 살생부 논란까지 확대돼 살생부의 실체와 관계없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서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손봐야 할 살생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친박 3적', '친박 5적' 등의 말이 나온다고 한다"고 공격했다.
서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최근 "소위 친박 실세라는 사람들이 내가 당대표로 당선되면 흔들어서 3개월 안에 끌어내리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그런 설을 근거로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살생부 등은 들은 바도 없다"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잇단 인사(人事) 실패가 겹치면서 올해 초만 해도 60%를 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40%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정치 행보를 같이 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로 정치를 시작했고,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박근혜 정권이 맞닥뜨린 위기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의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국회의원·대의원·당원 줄 세우기 의혹이 나오는 것인가. 한국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로 작심하기 않고는 있을 수 없는 행태다.
새누리당이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온갖 구태와 반칙·편법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과열 경쟁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근시안적 권력욕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누가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국민은 새누리당 새 지도부에게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화합하고 소통하는 '환골탈태'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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