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호 청주흥덕경찰서 112 종합상황실 경위

금년 4월 16일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바꿔야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대단했고,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승객을 구조하고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고, 각종 신고 및 재난구조 시스템은 무능함이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드러나는 뿌리 깊은 악습은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대한 창피함을 넘어 우리는 어떤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112상황실에 근무하며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성하고 변화할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이다.
분명 희망은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느껴졌던 절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재난대비 시스템 및 신고에 임하는 직원들의 자세에는 최근 확연한 변화가 느껴진다. 일례로 112상황실에 근무하며 지난 5월 도박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다. 아파트 5층에서 문을 잠그고 도박을 크게 하고 있다는 신고였고,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내릴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여러 대의 순찰차와 형사들을 현장으로 보내며 119에도 문개방과 함께 에어메트를 요청했다. 요청에 대한 답변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당연히 보내줄 것이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한 조치에 왠 호들갑이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신고에 대처하는 직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변화의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경찰들은 타 순찰차 관할임에도, 형사들은 전혀 꺼려하는 내색없이 현장으로 신속히 출동했고, 119신고 접수자 목소리에는 혹시 모를 위험예방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진심이 담겨 있던 것이다. 결국 사건은 안전하게 마무리 되었다. 상황실에 근무하며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중, 일례에 불과하지만 체감도에 있어서는 분명 변화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물론 이런 변화가 공직자들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모두는 말한다. ‘어른들 잘못으로 인해 죄없는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었다’고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세월호 희생자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께도 당부하고 싶다. 각종 재난, 사고, 강력범죄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허위신고 근절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전제이다. 수많은 거짓‧장난신고로 인해 현장에 출동하는 직원들에게는 ‘이것도 별 것 아닐꺼야’라는 안이함이 생기며,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내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최근 112허위 신고 근절계획을 마련하고, 「112허위신고 근절 문화대전」 개최 및 입상작품 전시, 각종 홍보물 제작 배포와 더불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던 허위 신고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 형사 입건하는 한편, 경미한 사안은 경범죄처벌법(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특히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사안에는 형사처벌과 병행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엄정 대처하고 있다.
처벌규정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도 이러한 변화와 노력이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경찰력에 큰 손실을 주는 허위신고 근절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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