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부국장

지방의회는 사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사항을 심의·결정하는 기관’이다.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된 의결기관으로, 지역주민의 요구와 기대를 수렴하고 반영해야 할 책무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의회는 어떠한가.
소속 정당의 거수기들이 판치는 정당의 ‘합동연락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민을 위한, 지역을 위한 논의와 고민은 뒷전인 채 정당의 당리당략과 정치논리가 우선시되고 중요시되는 정치집단에 불과하다.
7월 새롭게 출범하는 지방의회의 원구성 과정만 지켜봐도 그렇다.
다수당이나 소수당이나 한 자리도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혈안이다.
10대 충북도의회가 대표적이다.
다수당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원구성 과정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정치적 보복’에만 치중하고 있다.
새정연의 전신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던 9대 도의회에서 소수당으로서 겪었던 서러움과 울분을 앙갚음하기라도 하려는 듯, 원구성 과정에서 새정연과 협의도 절충도 거부하고 있다.
‘너희들도 그랬으니, 너희들도 당해봐라’는 식이니, 참으로 치졸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9대 도의회 당시 자신들의 횡포는 아련한 채 새누리당을 향해 정치적 폭거라고 반발하는 새정연도 다를 게 없다.
‘그때랑 지금은 엄연히 다르다’는 새정연의 주장이, 당시 새누리당의 입장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충북도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새누리당 도의원 당선인들이 소속 정당의 지시를 받아 민선 5기 행정 의혹에 대한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새정연이 이에 반발하며 비난하는 행태다.
이미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 적법한 조치가 이뤄진 사안들에 대해 도의회 차원에서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는 건 ‘정치보복’에 불과하다.
9대 청주시의회 개원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민선 4기 청주시 예산편성 의혹에 대한 조사특위 구성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던 게 새누리당 아니던가.
새정연도 할 말은 없다.
9대 도의회 당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민선 4기 핵심 정책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정치적으로 ‘대(對)도민 사기극’으로 몰고 간 일이다.
이들 모두에게 묻고 싶다.
과연 지방의회가 본질적 기능과 책무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 헤아리고 있기는 한지 말이다.
지방의회가 부활한지도 23년이 됐고, 지방의원들의 전문성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유급제도 벌써 9년째를 맞는다.
2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9년 동안 무엇이 나아졌는가. 단언컨대 아무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정체되거나 퇴보했다고 하는 게 적확하다.
전체 주민의 70%가 지방의회에 부정적이고, 청렴도 조사에선 10점 만점에 겨우 평균 5점 정도를 받고 있고, 유급제 시행이후 오히려 지역주민의 의정활동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지역주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비난만 받는 지방의회가 과연 존속돼야 하는가. 왜 그런 유명무실한 지방의회에 연간 수백억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가.
이런 점에서 지방의회 폐지에 대해 심층적이고 면밀한 공론화가 필요한 때다.
개선의 여지가 없고, 변화와 개혁의 의지가 없다면 과감히 없애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효율적이고 타당하다.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조직이라면, 지역주민의 뜻을 모아 그 조직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마치 지방의회가 존속돼야 지방자치가 유지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교만에 빠져 있는 지방의회를 대신할 수 있는 기능적·역할적 조직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
지방의회가 온갖 불명예와 비난만 기록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지방의회의 본질적 존립가치와 목적과 책무를 되새겨 거듭나야 한다.
밥그릇 싸움만 하다간, 밥그릇이 모두 깨져서 밥조차 먹지 못하게 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취재부 부국장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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