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이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
농업단체는 물론, 체육단체, 어린이집, 심지어 화물차 운전자와 주유소까지 국가보조금을 빼돌려 챙기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충북지역에서만도 이같은 범죄가 잇따라 적발됐다.
충북의 한 영농조합 조합원 A씨는 2011년 농산물저온저장고 설치 명목으로 3억4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시공업자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같은 수법으로 적발된 농민도 12명에 달한다.
또 화물차 운전자와 주유소 업자가 짜고 주유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유류보조금 3억여원을 빼돌린 화물차주 400여명과 주유소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근무하지도 않는 ‘유령 보육교사’를 만들어 국가보조금을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보건·복지, 고용, 농업, 연구·개발, 문화·체육·관광, 교통 등 전 분야에 걸쳐 국가보조금 지급 실태에 대한 수사를 벌여 적발한 부정 수급자만 3349명에 달한다.
이들이 빼돌린 보조금도 1700억원에 이른다.
한 마디로 국가보조금은 ‘눈먼 돈’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가보조금을 빼돌려 사익을 챙기는 범죄가 만연한 것은, 보조금 지급과 관리, 검증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가보조금 심사와 지급과 감사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일선 자치단체들은 서류상 신청 자격에 별 문제가 없으면, 이를 접수한 뒤 형식적 심사를 거쳐 지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력부족과 전문성 부족도 한 요인이지만, 그만큼 심사 절차와 감사 절차에 빈 틈이 많기 때문이다.
정산 감사도 마찬가지다. 서류상 문제만 없으면 대부분 들통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맹점 때문에,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인건비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에 적발된 사례만 3000여명이 넘지만, 적발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국가보조금의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처벌 규정도 강화돼야 한다.
신청 기준과 심사 절차를 한층 강화하고, 정산 과정에서도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목조목 짚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알았다간 큰 코 다친다는 사회적 인식도 주입해야 한다.
불법으로 가로 챈 국가보조금에 대한 환수 절차도 강화해 국가보조금이 실질적 목적과 취지에 맞도록 쓰이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경제 활동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가적 시책이 올바로 집행되고, 그에 쓰이는 국민의 혈세가 손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 시행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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