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혈세 낭비

-지방의회 변해야 한다②                                  
고비용 저효율…혈세 낭비
연간 수백억 소요…주민평가는 낙제점

주민 60% “주민 의견 대변 못한다”
“집행부 견제 능력 없다” 답변도 50%
유급제 도입 이후 주민 신뢰·만족도 되레 하락



지방의회의 본질적 책무는 주민 의견 대변으로 귀결된다.
주민의 여론을 수렴,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집행부의 행정이 지역발전이나 주민 권익과 배치될 때 이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이다.
조례 제정 등 입법기능도 이같은 본질적 책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의 전문성이나 자질, 능력이 미흡해 지방의회가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종전 무보수 명예직이던 지방의원에 대한 유급제를 도입, 전문성·자질·능력 등을 갖춘 사람들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2006년 도입된 유급제는 올해로 9년째를 맞는다.
그렇다면 유급제가 도입 취지를 충족하고, 지방의원들의 전문성·자질 향상을 가져왔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각종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유급제 도입에도 지방의회가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의원 보수제도 개선 전·후 의정활동 만족도와 장애요인 비교 분석’ 연구논문 결과를 보면, 유급제 도입 이후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과 공무원들의 신뢰·만족도는 여전히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정활동 만족도 평가는 유급제 시행 이전 10점 만점에 3.20점으로 낙제점에 불과했으며,유급제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2.17로 하락했다.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평가한 점수도 3.17점으로, 지방의회의 유명무실을 자인하고 있다.
조례 제·개정 활동 등 입법 분야는 물론, 예산결산 활동, 시정질의 활동, 행정감사 활동, 주민 의겸수렴 활동 등 지방의회가 수행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평가도 10점 만점에 2~3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의정활동의 부실 요인에 대해 지역주민과 공무원들은 ‘자질·전문성·노력 부족’ 등 의원 개개인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지방의원들 스스로는 ‘지방의회의 권한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 자신들의 문제점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권한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같은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방의회의 공과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지방의회가 주민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1%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집행부의 견제 정도’에 대한 물음에도 전체 응답자의 49.4%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회가 왜 존립해야 하는 지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방의회가 본질적 기능과 책무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통한 권력기관화하려는 데 함몰돼 지방의회의 무용론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유명무실한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해마다 1인당 수천만원의 의정비를 주민의 혈세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말 기준으로 충북도내 지방의원들의 1인당 의정비는 △충북도의회 4968만원 △청주시의회(통합 이전) 4059만원 △충주시의회 3414만원 △제천시의회 3420만원 △청원군의회(통합 이전) 3468만원 △보은군의회 3006만원 △옥천군의회 3108만원 △영동군의회 3072만원 △증평군의회 3120만원 △진천군의회 3240만원 △괴산군의회 3117만원 △음성군의회 3243만원 △단양군의회 3120만원 등이다.
도내 지방의원 전체로 따지면 연간 60억원이 넘는 돈이 의정비로 지급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뉘며, 현행 지방자치법은 의정활동비는 ‘의정자료 수집·연구’를 위한 비용, 월정수당은 ‘직무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유급제는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해 지원되는 비용이지, 의원 개개인의 생활비 개념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의원들은 의정비를 월급 개념의 ‘생활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의정비 외에도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각 지자체가 의회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의회 운영예산은 2103년말 기준으로 △충북도의회 83억여원 △청주시의회(통합 이전) 21억여원 △충주시의회 28억여원 △제천시의회 21억여원 △청원군의회(통합 이전) 17억여원 △보은군의회 13억여원 △옥천군의회 8억3000여만원 △영동군의회 6억6000여만원 △증평군의회 13억여원 △괴산군의회 11억7000여만원 △진천군의회 8억1000여만원 △음성군의회 7억여원 △단양군의회 11억여원 등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제외하고도 도내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연간 248억원의 막대한 혈세가 추가로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의원 보좌 업무를 담당하는 의회 사무처(국) 공무원들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은 지자체 복지예산 규모와 맞먹는다.  
부여된 본질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청렴성과 도덕성 평가 등에서도 자신들이 견제·감시해야 할 집행부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지방의회를 위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것은 예산 낭비나 다름없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할 때, 경제적으로 따져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구조조정’ 대상인 셈이다.
이같은 지방의회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의 자발적인 각성과 인식을 바탕으로 전문성 제고, 자질 향상, 능력 개발 등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론을 외면한 채 부여된 책무를 권력으로 오판, 지역주민과 집행부 위에 군림하려 하고 권한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정쟁과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한다면 지방의회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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