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글쎄 사람마다 다르죠... 뭘까? 나는... 등등 어떤 게 답일까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에 대한 명답이 있을까? 성인 군자는 뭐라고 말했을까? 그런데, 가장 커다란 신의 선물은 망각인 듯 하다. 어제의 원수가 오늘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는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현대 사회의 세계화 흐름 변화이며 인생 흐름의 이치이기도 하다. 날씨가 한 여름이다. 무더위는 하지(夏至)를 지나면서 더욱 더 폭염의 열기와 자신의 기세를 떨치고 있다.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도 하다. 만사를 떨쳐버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도 현실의 피로와 짜증과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은 모든 것을 다 잊어 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소중한 기억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기억에서 멀게 잊어져 버린 망각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잊어진 기억은 커다란 기쁨 혹은 슬픔일 수도 있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기억을 상기하고 싶은데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 다면 이 또한 매우 커다란 슬픔이다. 신의 선물이 왜 슬픔이 되는지 동전의 양면처럼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망각에 대하여 다 시 한번 생각해 보고 기억나지 않는 아픔에 대하여 어찌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난주에는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에서 강연을 하였다. 지난 4일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참석자 500여명이 서울대에서 시진핑의 강연을 경청하며 과거 양국의 역사에서 서로가 절친한 동반자였음을 강조하였다. 한 때는 한국전쟁의 아픔에서 원수였으나 이제는 세계화의 흐름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되어 양국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최고의 절친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아픔은 잊고 미래를 위해 서로가 전략적협력동반자가 되자는 강연이었다. 그는 천척끼리 서로 잘되길 바라는 것처럼 이웃끼리도 마찬가지라며 남북한의 평화통일도 자주적으로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과거 일제 36년 6.25전쟁 등의 과거의 뼈아픈 과거 역사는 묻어두고 싶다. 잊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하여 묻어두고 되새기며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학문적 측면의 기억에 대하여 논해 보자. 망각(忘却)이란 무엇인가? 망각은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망실(忘失) 망치(忘置)와 유사하다. 유사한 말로 망각(妄覺, Forgetting)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잘못 지각하거나 없는 자극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병적 현상으로 착각과 환각으로 나눈다. 산업안전대사전에서는 망각을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를 말하며,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저장소에서 정보를 끄집어 내는 것을 인출(retrieval)이라 한다. 저장소에서 정보를 끄집어 낼 수 없을 때를 망각이라 하며, 망각은 실패가 아닌 인출의 실패를 의미한다. 에빙하우스는 13개 무의미 철자의 목록을 학습하고 다양한 시간 간격 후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였는데, 20분 후 58%, 한 시간 후 44%를 기억하였다. 처음 심한 하강 후 곡선은 완만하며, 하루 경과 후 34%, 이틀 경과 후  28%, 한 달 후 21%를 기억하였다. 망각은 이전의 경험 혹은 학습 내용이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감퇴 및 상실되는 과정으로 전 경험이 어떤 형태로든 보존되는 보전유지 혹은 망각되는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양자의 통합적 관점에서 망각은 부분적 보전유지이다라고 정의 할 수 있다. 경험내용은 여러 재료가 어떤 시공간적 조건 하에서 기명(記銘)되고 재생되는가, 그리고 기명에서 재생까지 어떤 심리 사회적 조건하에 놓였는가에 따라 다르다.
  과거의 기억인 슬픔 아픔 기쁨 등 모든 것은 소중하다. 기억이란 세월의 흐름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잊혀 지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추억은 되새기며 삶의 활력소가 되어야 하고, 아픔 상처는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젊은 날의 기억소자는 많기 때문에 덜 잊혀진 듯 하고, 중년 이후의 기억소자는 꽉 채워진 기억 속에서 빠져 나가니 매우 아쉬움을 느끼는 듯 하다. 세계화의 흐름과 세상의 이치는 매우 유사하며, 행복과 불행 기억과 망각은 인생의 양지와 음지처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삶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이 진실 되고 성실하게 산다면  그것이 망각되지 않는 우리네 최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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