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에 휘둘리는 ‘식민 의회’

-지방의회 변해야 한다③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식민 의회’

유권자보다 정당 두려워하는 지방의회
지방자치를 정당자치로 변질 자초
합의자치 모범사례 청주시의회 주목
정당 울타리 벗어나 독립자치 실현해야


새롭게 출범한 청주시의회의 합의자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원구성 과정에서 여야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파행을 겪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청주시의회가 별다른 갈등없이 원만하게 원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여야 시의원들의 상호 이해와 양보와 협의가 토대가 됐다.
청주·청원 통합에 따른 초대 의장 선출 과정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 내 청주권·청원권 의원들간 다소 이견은 있었지만, 청주권 의장 후보로 유력했던 황영호 의원이 상생발전방안 합의 이행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 청원 출신인 김병국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또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간 협의 끝에 새누리당의 양보를 통해 양 당간 균등하게 배분되면서 다른 지방의회와는 달리 순조롭게 원구성을 마쳤다.
이것이 지방의회가 지향해야 할 합의자치의 모범답안이다.
지방의회의 존립 목적과 가치는 지역주민을 위해서다. 자치단체의 행정 집행이 지역주민을 위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의회는 이같은 본질적 목적과 가치를 저버린 채 정당의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식민의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를 비롯해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원구성 과정에서 여야간 갈등과 대립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소속 정당의 정치논리에 함몰돼 합의 자치, 상생 자치, 독립 자치의 당위를 내던진 채 정당의 종속자치, 노예자치, 식민자치를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지방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며,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한 축이다.
지방의원들은 자치의 주체인 주민에 선출돼 권한과 책무를 수행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자치의 주체인 주민에 의해 선출됐음에도, 그들이 두려워하고 종속돼 있는 것은 주민이 아닌 정당이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의회는 ‘정치적 노예계약’에 의해 강요되고 조종당하는 ‘정당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회의 원구성 과정만 살펴봐도 그렇다.
10대 도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소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주겠다고 통보하자, 새정연이 다수당의 정치적 횡포라며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은 끝에 협상이 결렬되면서 새누리당 독식체제의 기형구도로 출범했다.
새누리당은 9대 도의회 당시 다수당이었던 새정연도 새누리당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는 반면, 새정연은 9대 도의회 때와는 의석수 분포 등 정치적 여건이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개원도 하기 전에 정당의 명령을 받아 민선 5기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는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단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반복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악순환이다.
지역 이익과 도민 권익 증진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창의적·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행정 집행 과정의 문제가 없는 지 면밀히 살펴 이를 바로잡아야 할 지방의회의 책무는 뒷전이다.
자치의 주체인 지역주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그릇되게 사용하는 ‘정치적 배임’이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생사면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소속 정당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판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과 자질과 성품 등에서 함량미달이어도 소속 정당에만 충성하면 공천을 받아 지방의원이 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도 한 요인이다.
6.4지방선거 출마자 426명 가운데 38.7%인 165명이 전과자라는 충격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5년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 전국의 지방의원들은 해마다 수차례씩, 지금까지 100번은 넘게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창해 왔으나, 실천의지가 없는 선언적 행동에 불과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연이 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을 밝히자 기초의원 후보들이 무공천을 철회하라며 일제히 반발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 본질이다.
그럼에도 정당공천제 유지에 따른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중앙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만한 자질·능력이 부족해 정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당 전위대’로 전락한 지방의원들의 ‘유기적 협력’ 때문에 지방자치의 독립은 요원하다.
지방의원들이 정당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20년이 넘도록 그래왔듯이 앞으로 200년이 지나도 ‘정치 동아리들’만 존재하는 식민의회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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