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 준비·학력저하 우려
일부 학교 ‘탄력 근무제’ 시행 검토
충북 도내 고등학교가 김병우 교육감의 ‘0교시 수업 폐지’와 관련, 냉가슴을 앓고 있다.
김 교육감은 지난 3일 자신의 핵심 공약인 ‘0교시 수업’ 전면 폐지와 관련, 일선 학교에 ‘정규수업전 수업 전면 중단’과 ‘아침활동을 명목으로 한 학생의 조기 등교 금지’를 지시했다.
이와 관련, 대입 수능시험(11월 13일)을 4개월 앞두고 본격적 준비를 해야 하는 도내 일반계 고등학교가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김 교육감의 지시를 따라야겠지만 ‘0교시 수업’ 폐지에 따른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지시와 학부모 우려도 잠재울 ‘묘안’도 마땅치 않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는 정규수업 이전에 시행되는 ‘0교시 수업’을 없애는 대신 정규수업 시작 시각을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 30분으로 앞당기는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정규수업을 하고 그 이후에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을 통해 학력 신장을 꾀할 계획이다.
김 교육감은 고등학교의 경우 방과 후 수업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방과후 활동은 학생의 선택과 자율성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장이 운영시간과 시수, 과목수 등은 정하도록 했다.
매일 오전 8시10분부터 ‘0교시 수업’을 한 청주의 한 고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 2학기부터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정규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 학교 교장은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 ‘0교시 수업’ 폐지에 따른 피해를 최소하기 위해 탄력 근무제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탄력 근무제를 시행치 않기고 한 학교도 있다.
한 고교 교장은 “어제 교직원 회의에서 탄력 근무제 도입 등을 논의했으나 오전 9시부터 정규수업을 시작키로 결정했다”며 “수업을 더욱 충실히 준비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우려를 덜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0교시 수업’ 폐지로 대입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3학년 학생들의 수업 시수가 매주 5시간 줄었다”며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0교시 수업’이 폐지되기 전에는 등교시간이 일러 자녀를 등교시키고 출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등교시간이 20∼40분 늦춰짐에 따라 자녀를 학교에 태워주고 직장에 가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0교시 폐지’보다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조정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생을 둔 김모(43·여)씨는 “등교시간을 늦춘다고 해서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려면 차라리 오후 10시~11인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1시간가량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탄력 근무제 시행 여부는 학교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