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종 구입자 1785명이 제조사들을 상대로 7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연비를 허위로 표시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싼타페, 코란도, 티구안, 미니쿠페, 그랜드 체로키, 아우디 등 국내외 6종 차량 소비자들은 제조 회사들을 상대로 각 150만∼300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과장된 표시 연비로 인한 차량 가격 차이, 그동안 추가 지출한 유류비, 정신적 고통에 따른 피해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한다.
자동차 연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정부가 최근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표시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아우디 A4 2.0 TDI,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짚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4개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확인된 적이 없었기에 이번 결정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연비 부풀리기에 따른 집단소송 등 소비자 보상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얼마 전 미국 포드자동차는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난 하이브리드 차량 2종에 대해 보상하기로 해 국내의 해당차량 구매자들도 150만원과 270만원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 자동차사가 연비 과장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포드의 경우가 처음이다.
그러나 연비 산정 방법을 놓고 국토부와 산업부의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부는 별도 조사에서 적합판정을 한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승소한다고 해도 해당 차량의 보유자 11만 명에 혜택이 모두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구제대상은 소송에 참여한 소유주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 일부가 재판에서 이기면 같은 피해를 본 다른 소비자 전체에게 효력이 똑같이 생기는 '집단소송제'에 해당이 안 된다.
집단소송제가 발달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증권 분야 일부에서만 집단소송이 허용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안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집단소송제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공약이 집단소송제를 공정거래 분야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집단소송제가 확대되면 소송 남발이 우려되는데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제 집단소송제 확대를 더 미뤄선 안 될 것이다.
자동차 연비를 부풀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사가 내놓은 연비를 믿고 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자동차사는 연비 표시 기준이 더 강화돼도 문제가 없게 선제적인 노력을 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