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야권연대 안 되면 새정치연합 책임"

야권이 7.30 ·보궐선거일을 보름 남짓 앞둔 상황에서 복잡하게 얽힌 야권연대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15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의 상당수 지역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형성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울산 남구을()을 제외한 14곳에 후보를 냈고, 통합진보당이 7, 정의당이 6곳에서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승부처에서 야권표의 분산은 패배로 직결될 가능성이 커 새정치연합으로선 야권연대가 절실하지만 섣부른 연대를 시도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 한마디로 야권연대가 양날의 칼인 셈이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은 13"일대일로 대결해도 쉽지 않은데, 표가 갈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야권연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사정을 감안한 듯 정의당은 최근 당대당 협의를 공식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주 사무총장이 비공개로 만나 탐색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의당이 야권연대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대표가 각각 출마한 서울 동작을()과 수원 정(영통).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공천 파동'까지 겪으며 후보를 낸 서울 동작을과 유권자 지형이 야권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수원 정에서 후보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현재로선 양측이 동상이몽인 가운데 기싸움이 팽팽하다.

천호선 후보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새정치연합이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안한다면 그때 생각해볼 문제"라며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롯이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또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유권자에게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진보정당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은 골목대장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계파 나눠먹기와 정략적 판단으로 공천 분란을 일으킨 새정치연합을 용인하면 야권 혁신과 정치개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의당 후보 중심의 야권연대를 주장했다.

이러한 양당의 신경전에 '이기기만을 위한 연대'에 반감이 커진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섣불리 연대에 나서는 것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야권의 고민이 깊다.

새정치연합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과장의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으로 여당의 십자포화를 맞는 것에 더해 자칫 '야합연대'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주 사무총장은 "최근 몇년간 국민이 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야합'으로 비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는 '종북 프레임'이 매우 부담스러운 탓에 새정치연합은 물론 정의당도 부정적이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의 의지와 관계없이 통합진보당 후보가 스스로 사퇴해도 여당이 공세로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6·4 지방선거에서도 통합진보당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가 사퇴하자 여당은 "사실상의 연대"라며 몰아붙인 바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권 표 분열은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정황상 연대도 쉽지가 않은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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