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출시된 카니발은 기아자동차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카니발은 기아차가 만든 국산차 최초의 미니밴이자 1997년 후반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차의 든든한 '캐시카우'이기도 했다.
두 세대를 거친 카니발이 9년만에 새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3세대 카니발은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활동에 방점을 찍은 듯 널찍한 편안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아차가 9일 강원도 정선과 영월 일대에서 마련한 '올 뉴 카니발' 시승회는 정선 하이원리조트를 출발해 동강 시스타리조트를 돌아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120㎞ 거리였다.
이전 모델이 차분하고 다소곳한 모습이었다면 3세대 카니발의 겉모습은 좀 더 당차고 날렵해 보인다. 전 모델에 비해 낮아진 전고와 길어진 전장 때문이다.
자녀와 함께 타는 미니밴에 독일산 승용차 같은 힘이나 속도를 주문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주로 공간 활용성이나 안전·편의사양에 관심이 갔다.
승합차나 미니밴에서 내릴 때 앞좌석 등받이를 접어 밀어넣고 빠져나와야 했던 점에 많은 불편을 느꼈던 사람들로선 신형 카니발의 달라진 좌석 배치가 눈에 들어올 법 하다.
뒷좌석의 중앙 통로를 확보해 2∼4열의 워크스루(Walk Through)로 승하차가 훨씬 손쉬워졌다. 등받이를 접거나 밀어 넣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4열에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하는 팝업 싱킹 시트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시트를 접었다 펼 수 있어 여성 운전자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4열 시트를 접으면 자전거는 물론 골프백을 6개 실어도 될 만한 넉넉한 여유공간이 생겼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서 슬라이딩 도어를 닫고 운전석에 앉았다.
센터페시아 위에는 8인치 대형 LCD 내비게이션이 자리잡고 있고 대시보드는 전체적으로 넓고 큼직큼직했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R2.2 E-VGT 디젤 엔진 특유의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가속 페달을 밟자 큰 차체의 무게가 무색하게 지면을 박차는 힘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앞으로 쭈욱 나갔다. 살며시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어느덧 속도계는 100km를 향하고 있었다.
흡차음제를 많이 보강했다는 기아차의 설명답게 실내 공간은 정숙했다. 100km/h 가까이 가속되고 있는 내내 엔진의 진동이나 노면 소음, 풍절음 등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은 이전 모델보다 민감해져 승용차에 가까운 주행감을 안겨줬다.
중간 기착지에서 확인한 연비는 10.7㎞/ℓ로 공인연비인 11.5㎞/ℓ보다는 다소 못미쳤다. 역시 큰 차체 때문에 주차하는데 다소 불편함이 느껴진다.
도심을 오가는 출퇴근용 차량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다만 온가족이 캠핑 등 레저활동할 때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야외로 놀러갈 때 세컨드 차량으로선 이만한 차도 없을 것 같다. 6명 이상이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로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