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 지도체제를 갖췄다. 새누리당을 2년간 이끌 새 대표로 비박계 5선의 김무성 의원이 14일 선출됐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 6선 관록의 이인제 의원과 여성 몫으로 김을동 의원 등 4명의 최고위원도 선출했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으며,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박계를 대표할 인물은 서청원 최고위원 뿐이다. 친박계가 지도부구성에서 사실상 몰락한 셈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는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 최대 이변은 '김무성 체제 출범'이라는 선거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뒤집지 못한 '박근혜 효과'의 약화를 꼽을 수 있다. 서청원 의원은 큰 표 차로 2위로 쳐졌고,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 효과'가 제대로 안 먹혔다는 말이 모든 표 분석을 제치고 나왔다.
현직 대통령이 집권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통해 측근인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5만2706표를 얻어 3만8293표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000표 넘게 앞선 것이다. 이른바 '민심'을 반영한다는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은 전체의 24.60%, 서 의원은 18.37%를 차지했다. 6.23%포인트 차이, 표수로는 3000여표 차다. 나머지 1만2000표차가 결국 책임당원과 대의원 등이 주를 이룬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 벌어진 것이다. '당심'에서 밀렸다는 말이다. 김 의원은 지역별로도 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서 의원을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박근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금 위기 상황이다. 그 만큼 김 대표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선 승리와 대표경선 과정에서 더욱 간극이 벌어진 친박 비박 세력 간 갈등을 봉합하고 당청 및 여야관계 재설정 등 앞으로 2년간 당의 진로를 정하고 차기총선에 대비하는 조타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당내 열악한 지지기반과 조직력의 열세 등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도부에 입성한 이인제 최고위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2002년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 합당으로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의 당선은 1997년 탈당후 다시 새누리당의 주주(株主)로서 당원들에게 인정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새누리당을 당원과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국민의 정당으로 확 바꾸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당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갖 비리·파행으로 정치 불신을 초래한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가 주장해왔듯이 새누리당은 엘리트가 좌지우지하는 정당, 대통령 얼굴이나 바라보는 대장간 수준의 정당에서 포항제철 용광로와 같은 과학적 정책정당으로 당을 개조해야 할 책임이 새 지도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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