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에 거주하는 여중생이 밀양에서 수개월간 고교생 44명으로부터 집단성폭행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를 충격속에 빠뜨렸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 44명 중 10명(7명 구속·3명 불구속)을 기소하고, 20명은 소년부에 송치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 개봉한 ‘한공주’가 바로 그 영화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이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이 자자했다. 극도의 좌절과 절망감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잃지 않은,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가치발견을 주제로 내세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재 우리사회는 왜곡된 성지식으로 또래집단끼리 성 욕구를 분출하면서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유자재로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한 비윤리적인 이성 관계와 음란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성폭력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외면하고, 자녀가 겪을 심적 고통을 우려해 피해 청소년의 부모가 쉬쉬하며 덮는 점이다.
기자는 몇 일전 지인으로부터 가히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들었다.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과 너무도 유사한 사건이 우리 이웃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1년 전 충북 한 농촌지역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한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것인데, 당시 이들은 중학생 신분으로 성폭행을 벌이고 성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친구들에게 유포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고 했다. 사건 이후 피해 여학생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재는 청소년상담 전문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카더라’ 하는 괴담 수준으로 듣기에는 왠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나름대로 취재를 시작한 기자는 몇몇 교육관계자로부터 이 루머가 사실에 가깝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때마침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늦었지만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가명조서’ 등 실체적 진실에 가장 근접한 수사를 기대해 본다.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