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 (취재부 부국장)

인생에 있어 가장 지혜로운 삶은 영원한 초심자로 살아가는 것이며, 인생의 위기는 초심을 잃었을 때 찾아온다고 한다.
초심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면 아주 많이 민감해지고 날카로워지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은 관심 밖이 된다.
물망초심(勿忘初心), 초심불망(初心不忘). 처음에 지닌 마음을 유지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말로 매사를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음을 다짐하지 않고는 마지막이 좋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새롭게 개원한 10대 충북도의회에 어울리는 말이다. 상임위원장 의석 배분을 둘러싸고 두 자리를 요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한 자리밖에 줄 수 없다는 새누리당은 개원 전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7일 개원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한 신경전만 벌였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횡포’에 불만을 품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튿날 본회의에 출석했다가 정회 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전체 31명 중 21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부의장 두 자리와 상임위원장 여섯 자리 등 의장단 전체를 싹쓸이해 버리고 말았다.
이언구 신임 의장은 2차 본회의 때 같은 당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야 협상을 위한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협상이 불발되자 강경 분위기에 떠밀린 이 의장은 본회의를 속개해 일사천리로 2명의 부의장과 6명의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냈다.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민께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겠다”던 이 의장은 끝내 감투 싹쓸이와 독식이라는 ‘점령군’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인 다수당의 횡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도민의 뜻에 따라 다수당이 됐다고는 하지만 양보와 타협, 협력과 견제를 토대로 건강한 의회를 꾸려 나가라는 도민의 뜻은 아예 외면한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은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민선 5기 때 제기된 의혹을 따질 조사특위를 구성하지 않겠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여야 의원들의 갈등이 새누리당의 도의회 지도부 싹쓸이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조사특위 백지화’카드로 어물쩍 화해 무도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도민들은 원만한 타협을 기대했으나 중앙 정치권을 빼닮은 듯 한 도의회의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의회 특성상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예상됐으나 양보와 타협을 통해 원만히 원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도 잘 못은 있다.
협상에 실패했더라도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아 다수당의 의정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고, 한 석의 상임위원장을 더 욕심내다 모든 것을 내준 것은 내정한 처신이라고 볼 수 없다.
지난 16일 13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에 나선 새정치연합 이숙애 의원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모두 사퇴하고 새로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은 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꼼꼼히 따져 보기보단 오로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이런 자세라면 건강한 견제와 합리적인 비판은 어렵다.
충북도의회가 제 기능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여야간 이해와 절충을 통한 합의정치가 선행돼야 한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을 다수당으로 선택해준 민의가 무엇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새겨보는 ‘초심’이 필요할 때다.
일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거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헤맬 때 그리고 무엇이 되고 무엇을 이뤘다는 성취감으로 교만하거나 나태해 질 때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처럼 마음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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