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9월 5일까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는 여러 편의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도 각색돼 대중에게 더없이 친숙한 작품이다. ‘원조 흡혈귀라는 명함처럼 그야말로 흉악무도한 흡혈귀부터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갈구하는 낭만적 인물에 이르기까지 드라큘라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또 다른 뮤지컬 드라큘라가 프리뷰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국내 초연작이다. 흥행 보증수표로 꼽히는 김준수를 비롯해 류정한, 조정은, 정선아, 양준모 등 화려한 출연진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제작진이 참여해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뮤지컬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92년 영화와 줄거리가 상당히 흡사하다. 영원히 죽지 않는 육체를 소유한 채 40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낭만적흡혈귀 드라큘라 백작, 그의 사랑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는 여인 미나, 드라큘라를 제거하려는 반 헬싱 교수가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이다. 무시무시한 흡혈귀 이야기라기보다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원작의 스케일에 걸맞게 무대와 음악은 상당한 웅장미를 보여준다.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성 내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꽤 공들였을 듯한 인테리어가 곳곳에 등장해 고풍스러움과 괴이함을 선사한다. 무대에 설치된 거대전식 무대를 이용해 박진감을 더한다. 때로는 록 밴드와 오케스트라, 여성 보컬이 한꺼번에 등장해 고딕 메탈처럼 음산한 웅장함을 구현하는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귀에 콕 들어와 박히는 곡은 딱히 없지만, 결정적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솔로나 듀엣곡은 한국식 발라드풍에 상당히 가깝게 들리기도 해 비교적 편안하다. 다만 프리뷰여서인지, 번역 문제인지는 일부 곡의 가사를 처리할 때 다소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는 있었다.

드라큘라의 연인미나 역을 맡은 정선아, 신중하고 섬세한 변호사 조나단을 연기한 조강현, 드라큘라를 없애겠다는 반 헬싱의 투지를 유감없이 표현한 양준모 등 배우 모두 이름값에 부족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정신병원에 갇힌 렌필드 역의 이승원이 무대에서 뿜어내는 광기는 일품이다.

김준수가 표현한 드라큘라는 좀 독특하다고 해야겠다. 머리칼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바지를 입은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마치 아이돌 그룹 멤버처럼 젊고 섹시한 흡혈귀의 모습이다. 95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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