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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 동양일보
  • 승인 2014.07.21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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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언제나 그렇듯 여행의 설렘은 조용한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 잔잔한 수면에 이는 파문처럼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심어주는 여행, 백두산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청주공항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연길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남짓 걸린단다.
 한 낮의 구름을 뚫고 비행기는 천천히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눈에 익은 산천이 멀리 발아래로 낮게 드러눕는다. 기압차로 인해 귀가 멍멍해 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안전벨트 해제 사인불이 명멸한다. 창밖으로 이블 솜처럼 하얀 구름이 스쳐간다. 이렇게 구름 위와 아래가 이 끝과 저 끝의 거리만큼 다른 풍경이다.  
 길지 않은 비행시간이라 기내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점심이 나왔다. 닭고기가 곁들여진 한식이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먹는 점심은 느낌이 다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 도착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울린다. 짧은 비행이라 아쉬움마저 든다.
 아침 일찍 백두산을 향한 여정은 이도백하 에서 시작됐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서파코스와 북파코스 두 가지가 있는데, 첫날은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서파코스 산행이다. 입장료를 지불하는 산행 초입에 장백산이라는 간판이 버티고 서있다. 어릴 적부터 배우고 들었던 민족의 영산이 주인과 명칭이 다른 창빠이 산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먹먹한 서운함이 자리한다.
 셔틀 버스로 지나는 창밖은 무성한 원시삼림과 곧게 뻗은 자작나무 군락지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진다. 40분 남짓, 동화 속에 등장하는 하늘정원처럼 멀리 구름에 가려진 백두산 정상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는 계단 옆으로 아직 녹지 않은 눈 더미가 군데군데 보인다. 계단마다 붉은 색으로 숫자가 새겨져있다. 붉은색을 유달리 좋아하는 중국인의 맨 낯을 보는 듯하다. 좌우 등을 마주대고 선 계곡에 펼쳐지는 풍경은 고산지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록빛 이다.
 한 발짝, 꿈에 그리던 우리백두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무리를 지어 늘어선 등산객들이 족히 수천 명은 돼 보였다. 이곳 날씨는 지금이 한 여름이고 불과 3개월 정도만 백두산 정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여행객이 가장 많다고 한다. 1400여개 계단을 따라 하늘 정원으로 가는 무수한 발길이 어지럽다. 들려오는 이국 말소리가 여기가 우리 땅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정상에 오르니 천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 연못’ 수천 년 전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전형적인 칼데라 호수 천지는, 우리민족의 통일 염원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일설에 따르면 6.25 전쟁당시 북진하던 국군 용사가 백두산 천지 물을 담아 대통령께 드렸다는 말이 불현 듯 떠오른다. 아! 아! 이제 여기도 우리 땅이 아닌 남의 것이 되었구나! 천지 물이 아무리 푸르러도 가슴에 맺힌 통한을 씻을 수는 없으리니......
 구름이 온통 시야를 덮는다. 천변만화 하는 날씨가 잠깐 비집고 천지의 속살을 보여주는가 하더니 어느새 지워버린다. 목덜미에 닿는 바람이 차다. 많은 손길들이 사진 찍기로 부산하건만 방향을 잃은 나그네가 되어 우두커니 서있다. 무심한 바람은 비껴선 나를 자꾸 흔들어대고 하늘 맞닿은 곳에 한줄기 안개가 피어오른다.
 바람에 떠밀려 산을 내려왔다. 하산하는 무거운 발길위로 안개비가 흩어진다. 산천은 의구하다던 옛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그 옛날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이 땅 끝에서 수없이 외쳤을 조국의 안위, 독립을 꿈꾸던 선구자의 눈물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림자 가득한 눈동자 위로 동북공정이 어른거린다. 정녕 우리 통일의 꿈은 신기루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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