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한 구청의 민원창구.


이 곳에서 유독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이 눈에 띠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참 열심히 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잠시 해당부서 관계자와 볼일이 있어 민원창구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어떤 일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지 슬쩍 쳐다봤다. 순간 황당하고 어이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직원이 그토록 열심히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만화영화를 이어폰을 낀 채 시청 중 이었던 것이다. 어쩌다 민원인이 오면 컴퓨터 화면을 바꿔 업무처리를 하곤 다시 만화를 본다.

오랜 일상인 듯 자연스럽고 주위의 어느 누구도 재제하는 이가 없다.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역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 한 마디 없이 귀찮은 듯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직원은 민원업무 지원중인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 이었다.


 사회복무요원은 병무청에서 보충역으로 병역처분 돼 24개월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사회복지단체,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및 행정업무 등의 지원업무로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한편으론 정규 직원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관공서는 일반 회사와 달리 공적인 업무를 취급하는 곳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민원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일의 경중은 있을 수 없다.

신속·정확하게 민원을 처리해야 함은 물론, 민원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것이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및 관계자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소속기관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민원·행정부서에서 각각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청주시 통합 이전의 인사부재로 동·면장 없이 근무하는 8개 동주민센터와 면사무소 직원들이 행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특히, 최 일선에서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는 민원창구의 담당자들은 해당 기관의 얼굴이자 청주시의 얼굴이다.


 청주시에는 약 290여명의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맡은바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회복무요원들 중에는 가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근무자체가 어려워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지난 4월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또, 출근을 하지 않거나 보고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있어 관리부서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관공서에서 다양한 행정·민원업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이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업무지원을 하기에 부적합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는 인력은 오히려 없는 이만 못 할뿐만 아니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주의가 필요하다.  <조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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