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신무기 컷 패스트볼은 상대팀에게는 '마구'로 작용하고 있다.

류현진은 21(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5안타 2점으로 묶고 시즌 11(5)째를 수확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던지기 시작한 최고 시속 143짜리 '마구'가 경기 초반 결정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타자의 몸쪽으로 급격하게 휘어지는 이 공의 모양새는 영락없는 컷패스트볼(커터)이다.

정작 공을 뿌리는 류현진은 슬라이더라고 말한다. 일반 슬라이더보다 속도가 빨라 고속 슬라이더라고 봐도 무방한 이 공은 이름에 상관없이 류현진의 새 필살기로 입지를 굳혔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좌완 류현진을 공략하고자 스위치히터 2명을 포함해 9명 전원 우타자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류현진에게 두 번이나 무릎 꿇은 만큼 이번에는 넘어서겠다는 각오였으나 그의 컷 패스트볼에 막혀 또 좌절했다.

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타선에 뭇매를 맞은 뒤 직구의 중요성을 실감한 류현진은 이날 최고 시속 153짜리 빠른 볼을 타자 무릎 쪽에 꽂아 넣는 공격적인 투구로 피츠버그 타선을 압박했다.

상대방이 '전가의 보도'인 체인지업을 기다릴 때 류현진은 허를 찔러 컷패스트볼로 골탕을 먹였다.

1회 앤드루 매커천, 2회 선두 개비 산체스와 러셀 마틴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위닝 샷'이었다.

컷 패스트볼은 은퇴한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무기로 잘 알려졌다. 워낙 휘는 각도가 예리해 스윙하는 타자의 방망이를 부러뜨릴 정도였다.

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도 그것에 버금갔다.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들은 급격한 속도로 꺾이는 이 공을 방망이로 맞히지도 못했다.

피츠버그 타순을 두 번째로 상대한 4, 상대 타자들이 유인구 컷패스트볼을 골라내면서 집중타를 맞아 2점을 줬으나 류현진은 이후 체인지업, 커브로 볼 배합을 바꿔 타자를 농락하고 추가 실점 없이 바통을 브라이언 윌슨에게 넘겼다.

류현진은 어깨 통증으로 4월 말부터 약 한 달간 부상자명단에 있던 때 릭 허니컷 투수코치에게서 '마구'를 배웠다고 말했다.

보통 정규리그 중 새 구종을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손재주가 좋은 류현진은 금세 이 공을 자신의 신무기로 체득했다.

그는 2006년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할 때에도 선배 구대성에게서 배운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응용한 뒤 승부구로 키워 프로를 평정했다.

노력도 노력이나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단시간에 새 주무기를 준비하기란 불가능하다.

류현진은 후반기부터 컷 패스트볼의 그립으로 던져 고속 슬라이더와 같은 효과를 누리는 이 공의 투구 빈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은 우타자의 바깥쪽에 가라앉는 공, 컷패스트볼은 안으로 말려들어 가는 공으로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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