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변 영(논산소방서 구조구급센터장)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인해 자신의 아이들을 살리고자 어린 자녀를 끌어안고 베란다로 대피해 화마와 사투를 벌였으나 야속하게도 소방차가 도착했을 땐 일가족 4명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안타까운 사연을 되짚어 본다.
단 1분이라도 소방대가 일찍 도착했더라면 꺼져갔던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들며 과연 소방관인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화재나 긴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제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하고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필수”라는 말이 있듯 1가구 1차량에서 지금은 1가구당 2대이상 보유하고 있는 집이 많다. 주차공간은 부족하고 차량은 많다 보니 퇴근 시간이면 서로 자리를 찾고자 주차 전쟁처럼도 보이고 주차문제로 이웃간에 다툼도 일어난다. 실정이다.
아파트 주차 실정이 이렇다 보니 주차구역 외 굴곡구간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파트 출입구에도 2중, 3중주차를 해놓고 이러한 행동이 스스로에게 어떻게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에 버젓이 불법 주차를 일삼고 있다.
이런 불법주차로 인해 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창문이나 베란다를 통해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고가사다리 차량이 진입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고 심지어는 소형소방차량 조차 불법주차로 인해 현장 접근이 어렵다.
화재 등 현장에 대처하는 전술작전에는 안전이 확보되며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차량을 배치하도록 되어있다. 허나 안전에 대한 낮은 의식은 소방관들에게 이러한 조건을 허락하지 않는다. 화재진압과 구조에 필요한 장비를 저 멀리 두고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재난현장에서 제 능력을 발휘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대 진입이 늦어 내 이웃이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고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화재를 포함한 모든 재난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확산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어 피해면적이 급격하게 증가되고 인명구조나 옥내진입이 곤란하다, 심정지나 호흡곤란의 응급환자도 마찬가지로 5분이라는 골든타임에 응급처지를 받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정된 장소나 소방차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주차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주차를 일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무책임하게 지나쳐 버릴 것인가?
경제는 선진화를 향해 가는데 시민의식은 후진국으로 역행할 것인가?
차량은 많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현실에 불평불만을 토로하기 보다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공동체에서 이웃을 진정 사랑한다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나 하나 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잘못된 습관을 고쳐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불법주차로 인해 내 이웃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이 더 이상의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