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교수)

근래 우리사회의 화두는 ‘소통’이다. 멀리는 대통령에서부터 가까이로는 가족에 이르기까지 소통을 원만하게 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회에서 유능성을 발휘하는 경우도 대부분 소통을 잘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그런지 TV나 언론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였는지를 소개하기도 한다.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채용을 하는 경우 필기시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지 않고 면접시험을 치르는 이유도 사실은 합격자들이 해당기관에 입사해서 고객들과 상대하면서 얼마나 소통을 잘하고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 간에 소통을 하면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상사들이다. 우리 사회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을 보면 조직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아직도 전자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기관이 아닌 사(私)자가 들어가는 조직의 경우 또 조직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경향이 짙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권한을 상사들이 갖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인사나 조직 그리고 예산이나 정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상사들이 독점하다보니 이들이 이러한 권한을 정당하고 투명하게 사용하기 보다는 특권의식과 사리사욕에 따라 행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자기이익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폐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상사들이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첫째, 부하와의 관점 차이이다. 조직의 존폐와 관련하여 상사는 조직의 이윤확보를 이야기하는데 부하는 고객과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논의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상사가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릴 경우 극복되기 어렵다. 둘째, 상사가 소통방법을 익히지 못해서 그렇다. 상사라고 무조건 부하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부하라고 무조건 상사를 따르는 것도 아니다. 상사들은 부하들을 설득하는 기술이나 지시를 효과적으로 따르게 하는 방법을 습득하여야 한다. 셋째, 자신감이 없는 경우이다. 상사가 부하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거나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때 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였을 때 등의 경우 상사는 자기합리화에 바쁘지 부하들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경우 특히 상사는 억지를 부리고 강압적으로 자기결정을 주장하여 불통이 된다. 넷째, 사사로운 감정으로 부하를 미워하는 경우이다.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준다’는 것은 속담에나 나오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핍박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본받을만한 상사들이 드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다. 사람들이 본성에 너무 충실하다보니 우리사회는 어느새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소통을 잘하고 싶어 한다. 특히 구성원끼리 소통을 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함께 결정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업무수행에 참여하여 실행력도 높아지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사들은 자기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권한을 행사한다는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 아니면 관례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엉뚱한 이유로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다.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건강하여야 한다. 구성원의 건강은 소통을 통해서 보장된다. 상사들은 구성원의 소통을 멋지게 디자인하여 구성원의 건강을 보장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구성원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조직은 병들 수밖에 없다. 병든 조직 가지고는 조직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상사들의 소통에 대한 인식전환과 행동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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