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농민들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농민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가톨릭농민회 등은 철야농성, 삭발투쟁에 들어갔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늘 민감한 사안이었다. 20년 유예기간이 2014년으로 마감되지만 아직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세계 무역 질서와 관련된 사안이다. 공산품은 관세를 내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데 농산품은 관세를 내도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산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예외 없는 관세화에 합의했다. 한국은 공산품 수출로 큰 이익을 얻는 나라였지만, 쌀 시장에 대해서만은 관세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서, 일본, 대만, 필리핀 등과 함께 일정 물량을 의무 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관세화를 유예 받았다. 이후 매년 의무수입(MMA. 최소시장접근)물량을 늘려 올해에는 국내 소비량의 9%에 달하는 약 41만t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쌀 관세화를 유예 받은 4개국 가운데 일본은 유예기간 만료 2년 전인 1999년 관세화로 조기 전환했고 대만은 2003년 시장을 개방했다. 필리핀은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 유예를 선택했고 최근에는 협상을 통해 세 번째로 그 기간을 2017년 6월 말까지 5년을 더 연장했다. 하지만, 그 이전 7년이었던 유예 기간은 5년으로 줄었고 의무수입물량은 35만t에서 80만5000t으로 2.3배로 늘어났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쌀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일도양단 식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한 정부는 관련 법 정비 등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남도지사는 쌀 생산 농업인 보호와 쌀 산업 발전을 위해 신속한 보완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 시장·군수협의회도 최근 '쌀 시장 개방 입장과 쌀 산업 발전 대책'이 미흡하다며 농업인들의 불안을 없애고 지속 가능한 쌀 산업 기반 유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쌀 시장 개방문제를 충북도에서는 심각히 여기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과 반응을 내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쌀 농가 보호를 위해서는 소득안정을 위한 쌀소득보전 직불금 지원을 확대하고 가격은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이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쌀 생산기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생산비 절감, 품질 고급화, 유통혁신 등 내실 있는 쌀 산업 발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충북도의 발 빠른 대책마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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